[28기 대전협회장 후보자 인터뷰①] 기호 1번 이태수 후보
"압축 수련 커리큘럼·전문의 시험 일정 조율 해내겠다"
내부 소통 개선하고 외부 협상력 키운 '능동적 대전협'으로

제28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 막이 올랐다. 2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31일이 '승자'가 결정된다. 차기 회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고질적인 수련 환경 문제는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더 악화됐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냉소와 한숨 사이에서 "바로 지금이야말로 함께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외친다.

기호 1번 이태수 후보는 지난 16일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를 "선택의 시간"이라고 칭했다. 지금 전공의들은 "정부가 바라는 대로 노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주인'으로서 내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면서 "전공의의 삶은 전공의가 결정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기대는 수동적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정 갈등을 겪으며 대전협이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전리품은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대전협회장 선거마다 후보들은 '수련 정상화'를 다짐하지만 "이를 수 없는 공약"이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당선하면 협상력을 키워 "능동적으로 나서는 대전협"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한의사협회와 관계 설정에서도 "대전협이 움직이면, 의협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힘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압축 수련 커리큘럼'과 '전문의 시험 일정 조율'로 흔들린 수련 체계를 바로잡고, 병원별 수련 질 지표를 제시해 격차를 줄여 나가겠다고 했다. 내부개편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소통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꼬리표는 떼어내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 "이슈에 휩쓸리며 누군가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시절은 끝났다. 의협이든, 정부든 전공의 스스로 주체로 서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전공의 스스로 걸어나갈 길에 함께해 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인턴을 거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3년차로 근무하고 있다. 미래의료포럼 회원이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선공약 TF에서 활동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 기호 1번 이태수 후보는 지난 16일 청년의사와 만나 현안을 논했다(ⓒ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 기호 1번 이태수 후보는 지난 16일 청년의사와 만나 현안을 논했다(ⓒ청년의사).

- 수련환경 개선과 질 향상은 대전협회장 선거마다 제시된 '전공의 숙원사업'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정말 가능할까.

그간 수련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늘 같았다. 전공의들이 수동적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먼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제도 변화도 따라온다. 과거 '전공의법' 제정 당시에도 인력 부족과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전협이 선제적으로 나서 ‘전공의 교육비용’ 명목으로 추가 지원금을 받는 방안을 냈다. 그랬기에 법 제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의정 사태에서도, 최소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당한 시점에는 대전협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전쟁에서 승리했는데, 전리품은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아무도 우리를 '그냥' 챙겨주지 않는다.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한다. 앞으로 대전협은 필요한 순간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

- ‘압축 수련 커리큘럼’과 ‘시험 일정 조율’ 공약과 '수련 환경 정상화'는 어떻게 연결되나.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9월에 이뤄졌지만, 수료·졸업 시기나 군 입대자 수련 복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언젠가는 3월 졸업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 전공의들의 실제 주 평균 근무시간이 규정인 72시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점을 근거로, 수련 기간 자체는 짧더라도 충분히 수련받았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문의 시험 자격 자체가 '충분한 수련'이다. 현재 졸국년차 상당수가 지난 1년 반 지역의료에 대해 공부하며 실력을 쌓았다. 내년 초 시험을 봐도 대부분 합격할 수준이라는 점을 내세워 2월 전문의 시험 시행을 이끌어내겠다.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6개월을 더 공부하겠다"는 주장은 정치권과 관련 단체 지지를 받기도 어렵고, 특혜 시비를 피하기도 힘들다.

아울러 수련 환경 정상화를 위해 병원별 수련의 질 지표를 산출하겠다. 지표가 좋은 병원의 방식은 공유하고, 지표가 낮은 병원은 시정조치 하겠다. 전문병원과 각 분야 전문의와 협업해서 수련 중 배우기 어렵고 비용이 큰 술기를 저비용으로 반복학습 가능한 대전협 자체 교육프로그램도 구성하겠다.

- 수련 정상화 외에 임기 내 반드시 실현하고자 하는 공약을 꼽는다면.

대전협 내부 개혁이다. 지난 1년 반 대전협은 ‘소통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내부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외부와 협상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관부터 시대에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 소수 대형병원 대표와 집행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평전공의 참여가 어렵다. 견제 장치가 없는 권력은 위험하다. 이를 고쳐 전공의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

-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사회 관계를 두고, 의협 집행부 내 전공의 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전공의에 의한 정치와 전공의를 위한 정치는 다르다. 의협 집행부 내에 전공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전공의 사회 전체의 입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집행부 내 소수이니 영향력 행사는 어렵고, 오히려 '전공의도 동의한 사안'이라며 정당성 부여에만 쓰일 수 있다. 의협 내 전공의 수를 늘리는 논의보다는 대전협이 움직이면 의협도 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앞서 말했듯, 수동적인 방식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 다양한 대외 경력을 내세웠다. 대전협 회무와 어떻게 연결할 계획인가.

의료계에서 전공의는 가장 수가 적고, 가장 젊은 집단이다. 외부에서 함께할 아군이 많을수록 협상력이 커진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의료계 투쟁 과정을 되돌아봤을 때, 정치권에 기대는 것은 가장 실패한 방식이었다. 대전협조차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현안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발휘할 때다.

- 당선 후 상대 후보 공약이나 특장점 가운데 벤치마킹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 모두 목표는 같다. 이를 어떻게 이룰 것이냐를 두고 서로 간의 방향성의 차이가 공약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본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정책은 없다.

다만 서로의 인적 네트워크 공유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효한 수단은 모두 써야 할 때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서로 적극 협력하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 회원에게 마지막 한 마디.

이제는 우리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전공의가 스스로 주체로 설 때, 누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다. 전공의의 길은 이제 전공의가 결정할 차례다. 그 길을 함께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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