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인트루이스 보건의료 시스템 지야드 알 알리 박사
"팬데믹 정치화로 전 세계 공중보건 신뢰 잃어…복구 나서야"
"코로나19 교훈,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다음 팬데믹 대응 가능"

청년의사와 KBR은 지난 5일 지야드 알 알리 박사를 만나 롱코비드와 신종 감염병 팬데믹 대응 방향을 물었다(ⓒ청년의사).
청년의사와 KBR은 지난 5일 지야드 알 알리 박사를 만나 롱코비드와 신종 감염병 팬데믹 대응 방향을 물었다(ⓒ청년의사).

이제 코로나19는 그리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다. 팬데믹 종식(엔데믹)을 선언한 지 2년 3개월이 흘렀다. 코로나19 감염자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더 이상 백신과 마스크, 치료제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팬데믹에 완전히 진이 빠진" 사회는 코로나19를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앓던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롱코비드', 그리고 과학과 공중보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지난 4일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 사업 국제 심포지엄' 참석 차 한국을 찾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보건의료 시스템 연구 책임자 지야드 알 알리 박사(Ziyad Al-Aly)는 전 세계 전문가와 연구팀의 노력으로 롱코비드의 실체를 확인하고 예방과 치료 가능성을 찾은 만큼, 앞으로 감염병 대응에서 국제 사회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롱코비드가 급성 감염병과 관련된 만성질환이자 "스펙트럼"인 만큼, 이제는 연구 테두리를 넘어 "임상과 정책 분야에서 통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시각을 의료계와 일반 대중이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감염병의 정확한 기전을 밝히고 적확한 대응법을 찾더라도 대중이 이에 귀기울이고 믿고 따를 때, 감염병에 대응하는 보건의료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포지엄 다음날인 지난 5일 청년의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알 알리 박사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보건의료 시스템 신뢰 회복을 위해 의료계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공들일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거부감, 정부가 제공하는 보건의료 시스템을 회피하려는 시도, 감염병을 "없었던 일로 여기고 싶어 하는 심리"가 계속되는 한 다음 팬데믹 대비는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청년의사 자매지 'Korea Biomedical Review(KBR)'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청년의사와 KBR은 지난 5일 지야드 알 알리 박사를 만나 롱코비드와 신종 감염병 팬데믹 대응 방향을 물었다(ⓒ청년의사).
청년의사와 KBR은 지난 5일 지야드 알 알리 박사를 만나 롱코비드와 신종 감염병 팬데믹 대응 방향을 물었다(ⓒ청년의사).

알 알리 박사는 이런 불신은 '팬데믹의 정치화'로 조장됐다고 봤다. 팬데믹과 그 대응이 정치적 사안이 되면서 "과학이 실증과 진실을 벗어나 '누군가의 입장'을 내세우는 영역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효과나 마스크 착용, 롱코비드의 실재는 물론 심지어 코로나19의 실재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과거도 아니고 바로 지금, 2025년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동시에 훼손된" 전 세계 보건·과학 시스템의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거라 봤다. 일부 국가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는 '후유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복구 대책의 핵심은 "과학적 결과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경험적 추론에서 멀어지고, 명확한 논리 대신 각자 믿는 대로 현실을 해석"하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전문가 집단의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했다. 알 알리 박사는 "불확실성 사이에서 사실을, 경험과 논증을 통해 구성한 과학적 결과를 대중에게 제대로 공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이 커뮤니케이션은 "정직해야 한다"고 했다. 밝혀진 사실은 물론 불확실성과 "실패"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알 알리 박사는 "앞으로 올 팬데믹을 어떻게 대비하느냐는 곧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달렸다. 코로나19 당시 우리가 했던 모든 일을 돌아보며 무엇을 잘했고 어떤 것은 잘하지 못했는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팬데믹을 맞이하면 '예측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 없다. 그때는 정말 '진정한 실패'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알 알리 박사는 "우리는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 몇몇 국가는 발 빠르게 정책과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진단검사와 공공의료, 기술 인프라 분야에서 모범적인 국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이를 활용해 팬데믹 조기 경보 체계나 대응 매뉴얼을 고도화할 수도 있고, 국제 협력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연구자와 정책 결정자,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팬데믹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 공중보건 시스템은 우리를 질병과 팬데믹으로부터 지키는 소중한 인프라다. 다시 그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며 "설령 10년이 걸리더라도 의료계와 대중이 '정직한 과학'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꾸준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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