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코비드 연구 세계적 권위자 알 알리 박사 내한
만성질환 악화에 노화 재촉…천문학적 경제적 손실까지
"롱코비드 연구로 감염병과 만성질환 연관 밝혀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신종 감염병 대응이 강조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일컫는 '롱코비드' 연구로 새로운 해법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보건의료 시스템 연구 책임자인 지야드 알 알리(Ziyad Al-Aly) 박사는 4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 사업 국제 심포지엄' 기조 강연을 통해 보건·사회 전반에 걸친 롱코비드의 영향에 대응하고자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 사무국과 함께 한림대의료원·고려대·서울아산병원이 주최했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을 전후로 관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건강이 100% 회복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체적 피로와 근육통부터 '브레인 포그(brain fog)'까지 증상도 다양했다. 알 알리 박사 연구팀을 비롯해 각국에서 연구가 진행됐고, 환자들이 부르던 '롱코비드'의 실체가 확인됐다.
알 알리 박사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나타나는 장기적인 후유증"을 통틀어 롱코비드라고 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과 비교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더 위험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만큼, 롱코비드도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심혈관·대사·위장관·신장 등은 물론 신경·정신계 영향도 확인됐다. 이를 따르면 전 세계 4억명이 코로나19 감염 이후 롱코비드를 겪었다.
롱코비드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신장 등 장기 기능을 저하시켜 "신체적 노화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같은 롱코비드 영향은 "1년이 지나고, 2년, 3년이 지나도 계속"됐다. 롱코비드의 정의가 "장기적인" 후유증인 이유다. 알 알리 박사는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 우리 모두 (롱코비드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증상인 만큼 롱코비드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알 알리 박사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롱코비드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현명한 선택'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했다. 치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투여한 환자는 장기 후유증 위험도 감소했다.
이 때문에 알 알리 박사는 롱코비드 연구가 "코로나19 연구의 한 분야"로서 "급성 감염병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밝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알 알리 박사는 "롱코비드를 급성 감염병과 관련된 만성질환이라는 큰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대상포진이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나 포스트 에볼라 신드롬, 후소아마비증후군 관련 연구처럼 이제 급성 감염과 만성질환 간 연결 고리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롱코비드를 비롯한 감염병 연구과 대응에서 국제적 연대도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에 이은 롱코비드 여파는 보건의료 체계에 머물지 않는다. 알 알리 박사는 "롱코비드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 달러(약 1,39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세계 총생산의 1% 수준"이라면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우려했다.
알 알리 박사는 "신종 감염병 팬데믹은 분명 도래한다. 코로나19 이후 롱코비드가 오는 것처럼 신종 감염병에도 감염 이후 장기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다. 우리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감염병의 기전을 파악하고, 의료와 정책 분야에서 통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코로나 후유증 2년 이상 지속되기도…“진단·임상지침 표준화 필요”
- “코로나 후유증 진단기준·치료법 마련 위해 힘 합쳐야”
- 국내 대규모 롱코비드 연구, 진료 지침 개발 등 성과 ‘뚜렷’
- "독감보다 위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더 떨어져"
- 빅데이터로 롱코비드 해법 찾는다…한국형 점수체계 ‘채비’
- “협력으로 이룬 연구”…롱코비드 진료지침은 ‘새로고침 중’
- 코로나19 후유증 1년 이상 간다…새 만성질환 우려까지
- 성공리 2막 준비하는 한국형 '롱코비드' 연구사업…앞으로 과제는?
- "팬데믹 정치화, 불신 조장"…또다른 후유증, 美 전문가의 조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