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협회, 환자 196명 설문조사 결과 공개
"약값만 매월 1000만원…제도적 지원 필요"
조혈모세포이식 후 생긴 이식편대숙주질환(Graft-Versus-Host Disease, GVHD)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의 66%는 비싼 약값에 신약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혈액암협회(Korea Blood Disease & Cancer Association, KBDCA)는 22일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조혈모세포이식 후 합병증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이식받은 공여자의 조혈모세포에서 만들어내는 면역세포가 수여자의 피부, 장점막, 간 등을 공격해 일어나는 합병증이다. 이식 후 100일을 기준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혈액암협회는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이식편대숙주질환을 경험한 환자 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주요 질환은 급성골수백혈병(42.2%), 림프종(31.2%), 골수형성이상증후군(12.6%) 등이었다. 연령은 20~40대가 60.4%로 가장 많았다. 이식 후 발생한 이식편대숙주질환 유형은 만성 72.4%, 급성 27.6%였다. 지속 기간은 1년 이상에서 3년 미만이 35.7%로 가장 많으며, 5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경우도 20.9%였다.
설문에 참여한 환자 74.0%는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답했다. ‘매우 심각하다’는 44.0%, ‘심각하다’는 30.0%였다.
환자들이 호소한 주요 증상은 ▲눈(건조·시야 흐림 등 75.5%) ▲피부(건조·발진 등 63.8%) ▲구강(궤양·미각 이상 등 62.2%) ▲피로감(48%) ▲폐(호흡곤란 등 45.9%)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상생활에 대한 어려운 점으로 ▲지속적 통증(82.1%) ▲정서적 고통(77.6%) ▲경제적 부담(67.4%) ▲일상생활 제약(65.3%)을 꼽았다.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 선택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응답자 65.8%는 “신약 사용 의향은 있지만, 비급여 비용 부담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다뤄졌다. 토론회에서 참석한 의료진과 환자들은 “환자들이 장기간 고통 속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혈액암협회 박정숙 국장은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단순한 후유증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새로운 병이자 더 힘든 병”이라며 “신약이 허가됐음에도 비급여로 매월 약값 1,000만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정특례 종료로 인한 의료비 부담 증가에 대한 제도적 지원 확대와 신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혈액암협회는 지난 1995년 급성백혈병 환우들의 자조 모임에서 시작해 2003년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암 환자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정서 지원, 세미나 등 다양한 투병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