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요법연구회, ASCO 2025서 리뷰서 주목
"대장암 등에서 활용 가치 높아" 전망
순환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활용한 액체생검의 유용성이 확인됨에 따라 국내 임상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언이 나왔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는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에서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5) 주요 임상결과와 최신 항암 연구 트렌드를 짚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주제는 'KCSG와 함께하는 ASCO 2025 리뷰:연구에서 리뷰'.
ctDNA는 종양에서 유래된 DNA 조각으로, 혈액만으로 암 유전 정보를 분석할 수 있어 조직 확보가 어려운 환자에게 대안이 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분자 진단 기술이다. 액체생검은 혈액검사만으로 종양 정보를 획득해 암의 진단 뿐만 아니라 약물의 반응과 환자의 예후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러한 ctDNA가 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넘어, 실제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이번 ASCO 2025에서 다수 소개됐다는 것.
특히,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Oral Abstract #3503)는 수술 후 ctDNA로 미세잔존암(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을 확인해 보조항암치료(adjuvant therapy)의 필요성과 강도를 조절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또 기조 강연에서 발표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SERENA-6 연구는 ctDNA를 활용해 기존 영상 검사보다 빠르게 치료 반응을 파악하고, 조기에 약물 치료를 조정함으로써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개선한 결과를 보여줬다고도 했다. 해당 연구는 2~3개월마다 ctDNA를 이용해 ESR1 돌연변이를 탐지하고, 영상 검사로는 질병 반응 및 진행을 평가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전이성 암의 경우 ctDNA를 통해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항암제를 사용할 경우 ctDNA 검사를 통해 약물 반응 여부를 살펴볼 수 있으며, MRD 고형암에서도 ctDNA의 발현 여부에 따라 치료를 강화하거나 검사를 세분화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ctDNA 등을 바이오마커로 하는 액체생검 기술의 유용성을 입증되면서 미국 등에선 이미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조직 검사가 어려운 뼈전이 환자나 수술 후 재발 위험이 있는 환자 등에서 주로 ctDNA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장암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가이드라인에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장암 수술 환자들이 ctDNA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대부분의 암종에서 NGS 자체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검사비로만 150~300만원을 상회하고, ctDNA 검출률이 암종이나 병기에 따라 다르다는 점 등으로 인해 국내 임상에 도입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는 "폐암에서 EGFR과 유방암에서 PIK3 등 단편적인 유전자의 발현 여부만 보는 것과 달리 대장암과 방광암등에서 MRD를 보는 것은 반복적으로 검사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SERENA-6의 연구만 보더라도 ctDNA를 반복적으로 검사해서 보기 때문에 비용의 이슈가 발생한다.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ctDNA의 반복적인 검사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에 적용된) 해당 약물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ASCO 2025에서 이중특이 T 세포 항체(BiTE, Bispecific T-cell Engage)일 탈라타맙의 임상 데이터가 공개됨에 따라, 액체생검과 함께 새로운 모달리티를 활용한 항암제가 임상 현장에 적용될 날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ASCO 2025에서 발표된 DeLLphi-304 연구에 따르면, DLL3와 CD3를 동시에 표적하는 BiTE 계열 약물 탈라타맙은 소세포폐암 환자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 탈라타맙 13.6개월 vs. 대조군 8.3개월)을 유의하게 향상시키며, 기존 치료법 대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이 결과는 탈라타맙이 소세포폐암의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KCSG는 혈액암 중심으로 활용됐던 CAR-T 치료제가 고형암으로 확장되는 임상 연구 발표도 주목했다.
클라우딘(CLDN) 18.2 단백질을 표적하는 CAR-T 세포 치료제 사트리캅타진 오토류셀을 활용한 CT041-ST-01 연구는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켰음을 확인했다. 이는 CAR-T가 고형암에서도 임상 적용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신약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2~3년 내 진료지침에 반영될 만큼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ASCO 2025에서도 혁신 신약들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열린 ASCO 2025에선 국내 연구자들의 구연 및 포스터 등 총 255건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원이 제1저자 또는 발표자로 참여한 연구는 60건에 달해 국내 암 임상연구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KCSG 주도 임상은 총 4건으로,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와 고대안암병원 박경화 교수는 구연 발표, 국립암센터 차용준 교수와 서울대병원 김범석·김미소 교수는 각각 포스터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