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암질심 상정 여부 촉각…"실손보험 없이 치료 어려운 환경"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에 있어 기본(backbone) 약제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기전의 신약과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급여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아스텔라스는 1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항체-약물 접합체(ADC)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의 국내 허가 1주년을 기념하며,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의 병용요법 급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로상피암은 방광암, 신우암, 요관암을 포함하는 암종으로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인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백금기반 화학요법 외에 뚜렷한 1차 표준치료제가 없어 ‘치료 소외 암종’으로 꼽혀왔다.
파드셉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최초의 ADC로 2023년 3월 국내 허가를 받았으며, 같은 해 8월 시판됐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펨브롤리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1차 적응증이 추가됐다. 하지만 허가 직후 급여 절차에 착수했음에도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아 급여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가 신약 두 가지를 동시에 급여로 인정한 사례가 없어, 이번 병용요법 급여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아스텔라스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암질심 단계부터 재정분담안을 제출하고, 적극적으로 약가 협상에 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아스텔라스 김준일 대표는 “신약 간 병용요법의 급여 문제에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파드셉이 그 첫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파드셉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환자 부담이 크다. 3주 기준 약제 비용은 약 700만~1,000만원에 달해,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는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대목동병원 종양내과 조정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지만, 결국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실손보험 보장 한도가 치료 주기를 결정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신약 간 병용요법의 급여 문제는 파드셉만의 이슈가 아니다. 최근 ADC 계열 약물들이 화학요법을 대체하며 면역관문억제제(IO)와의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 영역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 간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논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암질심에서 파드셉 병용요법 상정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엔허투’ 후속주자로 꼽히는 Dato-DXd(성분명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와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향후 표준치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신약 간 병용요법이 속속 등장하면서, 향후 이를 수용할 별도의 급여 트랙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아스텔라스 마켓액세스 백소영 상무는 “국내에서는 아직 신약 간 병용요법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사례가 없어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가진다면 방법론적 조율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돼야 약가 협상 등 후속 절차도 시작될 수 있는데, 1년 가까이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