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석 교수, '의대도서관'서 글로벌 3상 EV-302 연구 결과 조명
"기존 백금기반 항암치료 대비 사망 위험 53% 낮춰, 전에 없던 효과"
5년 생존율이 10%대에 머물렀던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이 등장하며 치료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권민석 교수는 최근 청년의사가 운영하는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에 출연해 요로상피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의 임상적 유효성과 의의를 강조했다.
전이성 요로상피암(Urothelial Carcinoma)은 방광암, 요관암, 신우암 등 상부 요로에 발생하는 암으로, 국내에서는 남성 암 발병률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방광 근육층을 침범하지 않은 국한 병기(non-muscle invasive bladder cancer)는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좋은 편이지만, 국소를 넘어 전이된 경우는 5년 생존율이 10%대로 급감한다.
전통적으로 요로상피암 치료에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 사용되는데, 2000년대에 '시스플라틴 + 젬시타빈' 병용요법이 등장했고 이후 신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카보플라틴'도 젬시타빈과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돼 왔다.
시스플라틴 기반 화학요법의 객관적반응률(ORR)은 50~70%로 높은 편이지만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약 7~8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약 14~15개월에 불과하며, 카보플라틴 기반 화학요법은 이보다 조금 더 낮은 성적을 보여 mOS가 10개월이 채 안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등이 도입돼 2차 치료 이후에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허가 받았고, 국내에도 급여가 적용돼 있지만 일부 환자만이 이러한 면역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한계가 있었던 상황.
권민석 교수는 "1차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려는 연구가 다수 진행됐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며 "기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펨브롤리주맙, 아테졸리주맙, 더발루맙 등 PD-(L)1 억제제를 병용해도 유의미한 OS나 PFS의 개선을 보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볼루맙과 백금기반 항암제 병용은 최근 림프절 전이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보여 허가 받았고, 나머지 일부 데이터는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임상에서는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질병이 진행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 치료를 유지하는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D-(L)1 억제제로는 치료 성과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던 상황에서, 파드셉의 등장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판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권 교수는 "파드셉이 등장하면서 요로상피암의 치료 지형이 크게 변화했다"며 "파드셉 단독요법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및 이후 면역치료를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파클리탁셀과 같은 항암요법 대비 월등히 뛰어난 효과를 보였으며, 이어 1차 치료에서는 펨브롤리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뛰어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1차 치료에 파드셉 병용요법을 요로상피암의 유일한 선호요법(카테고리1)으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종양내과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파드셉 병용요법을 더욱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이 요법을 제시하며, 금기이거나 투여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기존 화학요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권 교수는 영상에서 파드셉 1차 치료의 허가 근거가 된 EV-302 연구 데이터를 소개했다.
EV-302 연구는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환자를 대상으로 파드셉 +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 직접 비교한 글로벌 3상 임상 연구로,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2023년 유럽종양내과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서 발표돼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권 교수는 "파드셉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OS 상대위험비(Hazard Ratio, HR) 0.47을 기록했다"며 "이는 사망 위험을 53% 감소시켰다는 의미로, 최근 30~40년간 보고된 적이 없을 정도의 높은 효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권 교수는 EV-302 연구에서 추가로 주목해볼 만한 데이터로 '질병진행(progressive disease, PD)' 비율을 꼽았다.
치료 개시 약 2개월 후 반응 평가에서 종양 크기가 20% 이상 증가한 환자는 연구를 중단하고 다른 치료 옵션을 선택하게 되는데, 대조군에서는 PD 비율이 13.6%였던 반면 파드셉 병용요법군에서는 8.7%로 뚜렷하게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PD 비율이 높은 환자들은 이후에도 계속 공격적으로 암이 자라나 굉장히 안 좋은 예후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교수는 "현재 파드셉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급여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들이 약 700만 원에서 1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 비용(3주 기준)을 부담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체계 아래, 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교수는 "파드셉 병용요법의 성공으로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요로상피암에서는 넥틴-4 외에도 다른 타겟을 목표로 하는 ADC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치료 옵션이 환자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 요로상피암 치료 성적 또한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