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셀 특허 논란 ②] 인투셀-에이비엘바이오 계약 쟁점
"계약 단계서 연구 범위·특허 소유권·개발 계획 세부 규정해야"
인투셀은 작년 10월 에이비엘바이오에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을 위한 링커-페이로드(Payload)에 대한 라인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이 실행된지 1년도 채 안 된 지난달 9일 해당 계약은 해지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특허 이슈'가 있어 해당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인투셀이 보유한 넥사테칸 물질이 중국 회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특허 이슈는 에이비엘바이오를 넘어 ADC 개발 기업 피노바이오까지 번진 상황이다. 이에 특허 이슈가 발생한 원개발사 인투셀의 입장과 제약바이오 변리사의 자문을 통해 해당 사례가 제약바이오업계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짚어봤다.
국내 바이오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분쟁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인투셀과 에이비엘바이오 간 특허 분쟁 사례 역시, 계약 초기 단계에서 연구 범위와 특허권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 관련 A변리사는 “공동 R&D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범위와 특허권 소유 관계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라며 “이를 소홀히 하면 연구 성과물의 귀속과 기술 활용 범위를 두고 필연적으로 분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연구의 '보이지 않는 경계'…"특허·기술실사 중요"
공동 개발을 하더라도 각 회사가 보유한 독자 기술과 공동 기술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원천 특허를 어느 범위까지 이전·라이선스할지, 비슷한 기전의 다른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향후 갈등이 불가피하다. 실제 분쟁 사례에서는 다른 파트너와 유사 연구를 병행하거나, 공동 연구로 개발된 플랫폼 기술의 활용 범위를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리며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에이베일바이오와 인투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당초 양사는 6개의 타깃에 대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을 위한 페이로드와 링커 기술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그중 실험을 통해 도출된 최적의 페이로드로 넥사테칸 3번 물질을 도출해 연구를 해 나갔으나 중국 회사와 특허이슈가 불거졌다.
인투셀의 입장은 넥사테칸 3번 물질 외에도 다른 계열의 넥사테칸 등으로 연구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이미 그간의 실험을 통해 도출한 것이 넥사테칸 3번 물질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구를 지속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두 회사의 세부 계약 내용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연구 범위 등이 처음 계약을 통해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A변리사는 “라이선스 계약 전에는 반드시 기술·특허 실사를 통해 상대방이 보유한 특허, 출원 현황, 전체 R&D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며 “빅파마의 경우도 단계별로 특허 출원 전략을 세밀히 검토하며, 필요할 경우 출원 단계에서부터 특허를 매입하거나 직접 출원을 진행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계약 체결 후에야 특허 침해 가능성을 검토하거나 기존 기술과의 충돌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계획과 비용도 분쟁 요소…"현실적인 개발 타임라인 등 산정해야"
공동 R&D에서 흔히 발생하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은 개발 일정과 비용이다. 예상보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거나 예산이 초과되면, 당초 합의한 역할 분담과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
이번 인투셀과 에이비엘바이오 사례에서도 계약 체결 당시 100만달러(약 14억원)의 계약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반환 의무가 없는 조건이었다. 인투셀과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이 해지되기 직전 해당 금액을 상쇄할 수준의 추가 요구가 제기되면서 협력의 균열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에이비엘바이오 입장에선 특허이슈가 있는 넥사테칸 3번 물질이 보유 후보 중 가장 우수한 특성을 보여 선택된 것이었으므로, 해당 물질이 사용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회비용 손실됐다. 반면 인투셀 입장에선 계약금은 말그대로 반환의무가 없는 금액이므로 추가 비용을 자사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A변리사는 “이러한 금전적·시간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계약 단계에서 현실적인 개발 타임라인과 비용 산정이 양사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허 리스크의 교훈…"계약의 완결성 갖춰야"
특허와 시퀀스, 구조 등 핵심 기술 요소는 단순한 서류상의 권리 이상으로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를 간과하면 사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결국 공동 연구의 성공 여부는 기술력뿐 아니라, 계약의 완결성과 신뢰에 달려 있다.
실제로 한화는 과거 미국 암젠(Amgen)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Enbrel)’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던 중, 암젠이 해당 약물의 특허권을 2029년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졌다.
당시 한화는 미국 머크(MSD)로부터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권리를 도입해 임상 개발을 진행했으나, 특허 장벽으로 사업성을 잃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철수했다. 수년간의 투자와 연구개발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A변리사는 “이번처럼 규모 있는 기업 간 분쟁이 발생하면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과거 국내 공동 R&D 파기 사례를 분석·공유해 계약 체결 시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