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 폴백·서울대병원 김태민 교수
하나의 신약에 전문가들의 호평이 잇따르기는 쉽지 않다. MET 엑손 14 결손(skipping) 변이를 표적하는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호평의 이유는 간단하다. 치료제가 없어 진단이 무용했던 분야를 개척하며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
실제로 MET 변이를 보유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313명)를 대상으로 텝메코를 평가한 제2상 임상시험인 VISION 연구 결과, 전체 모집단에서 확인된 객관적 반응률(ORR) 51.4%,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mDOR) 18.0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1.2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19.6개월을 각각 기록했다. 효과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게도 나타났으며, 특히 아시아인 환자에서는 ▲ORR 56.6% ▲mDOR 18.5개월 ▲mPFS 13.8개월 ▲mOS 25.5개월 등 그 효과가 더욱 도드라졌다.
그렇다면 임상시험에서의 효과가 실제 진료현장으로까지 이어졌을까. 또 텝메코의 등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이와 같은 궁금증을 해소코자 Korea Biomedical Review에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MSKCC) 흉부종양내과 폴 백(Paul Paik) 교수와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태민 교수를 만났다.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특징은 뭔가.
폴 백: MET 엑손 14 결손 변이(이하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독립적인 임상적 아형으로, 인구학적 및 생물학적으로 고유한 특징을 지닌다. EGFR 또는 ALK 양성 폐암은 보통 50대 환자에서 진단되는 반면, MET 변이는 평균 진단 연령이 약 72세로, 80대 이상 고령 환자도 흔하다. 심혈관계 또는 폐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내약성과 기능적 예비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잦다. 또한 MET 변이는 드문 편이라 (폐암 치료 관련)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전향적 치료 반응 데이터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후향적 분석 및 VISION 연구 결과에 따르면, MET 변이 환자군은 기존 항암화학요법이나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전반적으로 낮고, 전체 생존기간은 대체로 12개월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민: EGFR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차 치료로 오시머티닙을 투여받은 이후 병이 진행된 환자의 약 20%에서 MET 증폭이 저항 기전으로 확인된다. 이 중 MET 변이를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 MET 증폭의 정의는 사용하는 진단 플랫폼에 따라 다르며, 저수준 유전자 복제수(copy number) 증가부터 고수준 증폭까지 다양하게 분류된다. 이러한 기준의 불일치는 진단과 치료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항암화학요법이나 면역항암제와 같은 기존 치료는 MET 변이 NSCLC에서 어떤 한계를 보이나. 또 텝메코 도입 이후 치료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폴 백: 본격적인 전환점은 2013년경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플랫폼이 도입되면서다. NGS 기술을 통해 MET 변이를 일상 진료에서 탐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이전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표적치료제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태민: MET 증폭이나 EGFR 변이를 가진 NSCLC 환자 중 1차 치료(오시머티닙 또는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 사용 가능한 기존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다. 항암화학요법 기반 치료는 독성이 크고 반응의 지속 기간도 짧다. 텝메코-오시머티닙 병용요법은 해당 분자 아형을 표적하는 선도적 전략 중 하나로, 항암화학요법이나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치료에 비해 치료 효과와 내약성의 균형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최근에는 MET 억제제 및 MET 표적 ADC를 포함한 다양한 후보물질들이 개발 중이나, 이 병용요법은 여전히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치료 옵션으로 평가된다.
-실제 진료 환경에서 MET 증폭을 동반한 NSCLC의 치료 성과는 주요 임상시험 결과와 일관적이었나.
김태민: 실제 진료 환경에서 관찰된 치료 성과는 주요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결과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EGFR 변이를 가진 환자 중 획득성 MET 증폭이 발생한 경우, 1차 치료로 오시머티닙 기반 병용요법을 적용했을 때 지속적인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2차 치료에서는, INSIGHT2 임상에서 아시아 환자와 백인 환자 간의 치료 반응 결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MET 증폭이 갖는 분자적 이질성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오시머티닙–텝메코 병용요법의 효과 지속성은 이러한 분자적 복잡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임상 경험상 환자를 유전체 프로파일에 따라 분류하였을 때, 1차 오시머티닙 치료 이후의 반응은 인종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올해 4월부터 한국에선 텝메코에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그 의미는.
김태민: MET 변이 환자의 경우 승인된 치료 옵션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텝메코의 급여 등재는 국내 환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MET 변이는 드물지만, 임상 경과가 빠르고 공격적인 경우가 많으며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처럼 치료 접근성이 낮은 환자에게 텝메코를 조기에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은 예후 개선과 생존 기간 연장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텝메코는 전체 생존기간(OS)을 연장하고, MET 변이 환자에서 의미 있는 반응 지속 기간을 기대할 수 있는 약제다. 급여 등재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해당 치료 옵션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임상적·제도적 측면 모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텝메코는 장기 추적관찰(중앙값 32.6개월) 연구인 ‘VISION’을 통해 치료 경험 유무 환자 모두에게서 mPFS·mOS 연장 등의 효과를 입증하며 주목을 받았다. VISION 임상시험 설계 배경 등이 궁금하다.
폴 백: VISION 임상시험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했다. (텝메코 개발사인) 머크 주도로 시작된 연구에서 우리 기관은 MET 변이를 가진 환자를 먼저 확인한 기관 중 하나였다. 변이의 생물학적 특성과 이를 표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한 후, 해당 환자에게 크리조티닙을 투여했고, 강한 부분반응이 관찰됐다. 이 초기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선별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해당 초기 임상 결과는 2015년에 발표됐다. 같은 시기 머크에서도 텝메코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었다. 진단 기술과 신약 후보의 병행 발전이 맞물리면서, 과학적 가능성과 임상적 수요에 기반해 VISION이라는 제2상 임상시험이 설계됐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확인된 텝메코의 치료 성과와 VISION 결과 차이는 없었나.
폴 백: 텝메코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VISION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결과에 상응하는 임상적 유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기관은 해당 임상 기간뿐만 아니라 허가 이후에도 다수의 환자를 치료해 왔다. 적절히 선별된 환자에서는 지속적인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텝메코 사용 경험은 임상시험 결과와 대체로 일치했으며, 치료 효과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김태민: MET 변이는 상대적으로 드문 아형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해당 환자군을 많이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실제 임상에서 확인된 치료 반응은 VISION 임상에서 보고된 결과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MET 증폭은 치료 전략 수립 시 또 다른 복잡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일부 환자는 EGFR 2차 변이나 C797S 같은 동반 변이 없이, 고수준의 MET 증폭만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치료 방향 설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에서는 표적 치료 전략을 통해 장기간 반응이 유지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VISION 임상에서 아시아 환자군에서의 전체 생존기간(OS) 개선 결과도 눈길을 끈다.
폴 백: VISION 임상에서는 아시아 환자 하위군이 전체 모집단보다 더 우수한 생존 결과를 보였다. 이는 EGFR 변이 NSCLC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진 백인과 아시아인 환자 간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근거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보고됐다. 예를 들어 대만의 한 연구팀은 단백질체-유전체 분석 결과를 통해 이를 뒷받침한 바 있다.
김태민: MET 변이를 가진 한국인 환자들은 VISION 임상에서 보고된 결과와 일관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MET 변이 NSCLC의 치료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폴 백: MET 변이 NSCLC의 차세대 치료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축, 즉 생물학적 이해의 심화와 치료 순서의 최적화를 중심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 중인 표적 치료제들이 치료 성과를 확실히 개선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항체 기반 치료제 및 MET을 표적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새로운 기전의 약물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작용 기전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러한 신약 후보들의 임상적 위치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미반타맙은 텝메코 이후 투여 시 제한적인 효과만을 보였으며, 일부 약제는 1차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선택적 MET 억제제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생물학적 복잡성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MET 변이의 주요 작용 기전은 비교적 잘 밝혀져 있지만, 엑손 14 결손이나 증폭 없이 MET 단백 발현만 증가한 환자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양상의 차이는 아직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치료 반응 예측에도 한계를 존재한다. 또한 텝메코와 같은 MET 억제제에 대한 내성 기전 역시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이를 밝히는 것은 향후 병용요법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EGFR 변이에 대응한 오시머티닙 기반 병용요법이 개발된 접근과 유사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 향후 MET 변이를 포함한 다양한 희귀 유전 아형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분자 프로파일링 기술과 축적된 임상적 통찰을 통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정밀의료 기반의 맞춤형 치료 전략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청년의사 자매지 Korea Biomedical Review(KBR)에 'Tepmetko ushers in a new era for MET-mutated lung cancer treatment'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