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급여 도전 끝에 암질심 통과...관건은 '약가 협상'
머크의 MET억제제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가 세 번째 급여 도전 끝에 보험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한동안 급여 소식이 뜸했던 폐암 표적치료 분야에 단비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7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 'MET 엑손 14 결손(skipping)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텝메코의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 2021년 11월 허가 받은 텝메코는 2023년 2월, 2024년 3월 각각 급여 도전에 나섰지만 두 번 모두 암질심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세 번째 도전 끝에야 처음으로 암질심을 넘어선 것이다.
과거 EGFR, ALK, ROS1, BRAF 정도에 불과했던 폐암 표적치료 분야는 2021년 말 텝메코 등의 MET억제제 도입을 기점으로 제2의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텝메코와 동시에 동일 기전의 ▲'타브렉타(성분명 카프마티닙)'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다음해인 2022년에는 KRAS억제제인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 RET억제제인 ▲'레테브모(성분명 셀퍼카티닙)'와 ▲'가브레토(성분명 프랄세티닙)',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폐암에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엑스키비티(성분명 모보서티닙)' 등이 도입되며 폐암 표적치료 선택지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이 중 현재 급여권에 진입한 약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가브레토는 로슈 본사 차원의 소유권 이전 문제로 현재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이며, 엑스키비티는 확증 임상시험의 실패로 다케다가 자진 허가취소를 선택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유일의 KRAS억제제인 루마크라스는 허가된 지 2년 반이 지나도록 보유사인 암젠이 급여 신청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리브리반트와 레테브모는 둘 다 경쟁약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며, 각 분야의 유일한 치료 옵션이 됐지만 거듭된 정부의 퇴짜에 사실상 전의를 잃은 상황이다.
얀센은 현재까지 세 번에 걸처 리브리반트의 급여권 집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암질심 단계에서 실패했으며, 릴리는 레테브모의 두 번째 급여 도전 만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과해 작년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까지 진행했지만 결렬로 끝나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들려온 텝메코의 암질심 통과 소식은 국내 의료진과 폐암 환자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텝메코의 치료 적응증인 'MET 엑손 14 결손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예후가 나쁜 대표적인 희소폐암에 해당한다. 해당 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텝메코의 허가는 소규모 2상 임상시험인 VISION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텝메코의 급여 심사가 지금까지 지연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을 근거로 허가 받은 텝메코가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가지는지 확인하려면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기 때문.
이런 가운데 텝메코는 최근 VISION 연구의 장기 추적관찰(중앙값 32.6개월) 결과를 통해 객관적반응률(ORR) 58.6%,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5.9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29.7개월이라는 효과를 보여줬다.
머크는 해당 자료와 함께 국내 환자 20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를 심평원에 제출했으며, 마침내 암질심으로부터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 받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텝메코의 남은 급여 관문 중 약가협상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레테브모 사례와 마찬가지로, 텝메코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가협상 단계에서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에 텝메코의 약가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급여 적용까지 이어질지, 또한 국내 폐암 표적치료에 제2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