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하만 대표, "신약 접근성 확대에도 힘써"

한국머크바이오파마 크리스토프 하만(Christoph Hamann) 대표가 부임한 지 2년 만에 한국은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분야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에서 확고한 1위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하만 대표와 한국 임직원들은 난임과 항암 치료제의 접근성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며 의료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특히 난임 치료제인 '퍼고베리스(성분명 폴리트로핀알파/루트로핀알파)'의 접근성을 대폭 확대한 점이 주목된다.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난임 분야를 주요 타겟으로 삼고, 정부와 협력해 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동시에 항암 치료제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 그리고 방광암 치료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의 급여 확대를 통해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덜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하만 대표의 목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글로벌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다음 비전이다.

임기 3년차를 맞은 그를 만나 지난 2년 간 한국머크 바이오파마가 이뤄낸 성과와 그에 대한 소회,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크리스토프 하만(Christoph Hamann) 대표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크리스토프 하만(Christoph Hamann) 대표

-지난 해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의 스페셜티 케어 파이프라인 강화에 집중, 한국 시장을 APAC 시장 NO.1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말씀하신 바 있다. 목표 달성에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올해는 몇 가지 중요한 성공 사례가 있었다. 특히 머크가 집중하고 있는 스페셜티 케어 포트폴리오 제품의 접근성이 확대된 점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난임 분야에서는 지난 4월부터 '퍼고베리스'의 접근성이 확대되어, LH(황체화호르몬) 및 FSH(난포자극호르몬) 결핍 환자들이 더 쉽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 난임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5세 이상 여성은 LH나 FSH 호르몬 결핍이 흔하다. 이번 퍼고베리스 접근성 확대로 많은 난임 환자들이 아이를 갖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작년 4월 '얼비툭스'의 3차 RSA 계약 갱신을 이뤄내 환자의 치료 혜택을 연장시킬 수 있었으며, 올해는 얼비툭스와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 병용요법이 이전 치료에 실패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서 효과가 확인되면서 급여 확대가 이뤄졌다.

'텝메코'는 MET 엑손 14 결손 폐암 치료제로, 출시 3년 만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세 번째 시도 끝에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 급여화를 위해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 MET 엑손 14 결손 돌연변이 환자는 수는 적지만 5년 생존율이 9%로 매우 낮아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크다. 내년에는 텝메코의 급여가 이루어져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방광암 치료제 '바벤시오'는 작년 8월 급여 승인을 받은 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APAC 시장에서 No.1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가진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자부한다.

-난임 분야에서 한국머크바이오파마가 진행한 노력은 무엇인가?

난임은 머크가 핵심적으로 집중하는 분야이다. 난임 치료제 리더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항암 분야나 다발성 경화증에서도 미충족 수요가 크지만, 난임 분야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인구 위기와 고령화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며, 이번 세기 말에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머크는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비즈니스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머크는 난임 치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난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먼저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 앞서 설명한 퍼고베리스의 급여가 확대된 점이 중요한 변화다.

머크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난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으며,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통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기업들이 비즈니스 성공과 가정 지원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

또한 APAC 지역의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고자 결성한 'Fertility Counts(퍼틸리티 카운츠)' 이니셔티브를 통해 난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으며, 정책적 및 문화적 측면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난임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충분한 육아휴직을 제공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이를 사용하거나 가족을 꾸리는 것이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느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되는 '가족 친화 미래 포럼'(Family Friendly Future Forum)에 머크가 공동의장으로 참여했다. 이 포럼을 통해 인구문제, 건강한 노년, 초저출산 문제의 해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정책 및 문화적 측면 개선에 대해 논의를 했다. 또한 한국난임가족연합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난임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지원하고 아이 낳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임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강조했는데, 실제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하다.

먼저 한국의 신약 접근 환경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평균 46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일본은 17개월, 독일은 11개월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개발된 약 460여 개의 신약 중, 한국에서 급여화된 품목은 22%에 불과하다. 일본은 48%, 독일은 61%로, 이는 한국에서는 신약에 접근할 기회가 일본의 절반 이하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잘 구축되어 있고, 인프라도 뛰어난 수준이다. 한국의 의사들은 최첨단 과학과 의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며, 신약을 배우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는 열정이 강하다. 그러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약 급여화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는 점은 노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경제적 측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정부와 협력하여 급여화 절차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일례로, '텝메코'는 이미 30여 개 국가에서 승인이 됐고, A8국가 중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에서는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평균 46개월이 걸리는데, 이러한 급여 지연은 머크 뿐만 아니라 모든 제약사에게 큰 문제로 다가온다. 또한 급여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약가 관련된 논의는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등의 많은 규제들이 존재한다. 가격 협상이나 RSA 등이 그 예시이며 이처럼 한국에서는 항상 정부와의 치료 접근성에 대한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급여와 관련된 지속적인 대화를 요구하며, 머크도 이러한 협상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은 2~3년마다 제품별로 계속해서 협상해야 하므로, 정부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제약사 역시 접근성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규제는 정부가 국민 보호와 예산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제약업계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분명히 급여화가 상당히 지연되고, 한국에 도입되는 혁신 신약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바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약사와 업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이제 취임 3년차 GM으로서의 개인적인 포부와 더불어 내년도 한국머크바이오파마의 비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세 가지 주요 목표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내년에는 남아 있는 모든 제품의 급여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둘째, 머크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기업들이 본받을 수 있는 롤모델이자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족 친화적인 근무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셋째, 머크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원사로서 한국 내 신약 접근성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서는 신약 급여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도입되는 신약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한국 환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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