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김현정 연구팀 “전암세포 이해, 교모세포종 극복 열쇠”

KAIST 의과대학원 이정호 교수‧김현정 박사 연구팀이 종양 내 이질성 현상을 일으키는 뿌리가 전암세포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사진제공: KAIST).
KAIST 의과대학원 이정호 교수‧김현정 박사 연구팀이 종양 내 이질성 현상을 일으키는 뿌리가 전암세포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사진제공: KAIST).

국내 연구진이 교모세포종(Glioblastoma)에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 전암세포(Precancerous cell)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은 의과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김현정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교모세포종 진화와 재발, 치료 저항성의 근원이 되는 전암세포를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전암세포는 치료 전 존재하며 재발과 진화의 핵심이 되는 '암의 씨앗' 같은 세포다. 이번 연구에서는 교모세포종 종양 내 전암세포의 실체와 유전자 발현 패턴, 계통적 위치 등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규명했다.

교모세포종은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악성 뇌종양 중 하나로 종양 내 높은 이질성과 빠른 재발률로 인해 예후가 나쁘다. 이질성은 다른 유전자 변이와 전사체 프로그램의 복합적인 조합에서 기인하며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광범위한 뇌 절제술을 포함한 표준 치료 후에도 1년 이내 대부분 재발하며 생존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종양 발생 초기 단계에서 어떤 세포가 암으로 진화되며 이런 이질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KAIST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교모세포종 진화와 재발, 종양 내 이질성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사진제공: KAIST).
교모세포종 진화와 재발, 종양 내 이질성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사진제공: KAIST).

연구팀은 지난 2018년 교모세포종이 뇌 깊은 곳에 있는 돌연변이 줄기세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 이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돌연변이 기원 세포가 어떻게 분화되는지 규명하고 이 전암세포가 종양 내 세부 유형의 암세포들을 만들어 암이 재발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악성 뇌종양으로 암세포들이 다양한 형태로 공존한다. 이는 치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데 이를 ‘종양 내 이질성(Intratumoral heterogeneity)’이라고 한다. 이 이질성은 교모세포종 치료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연구팀은 체성돌연변이를 유도한 자연발생 교모세포종 생쥐 모델을 이용해 종양 발생 전 단계 전암세포를 단일 세포수준에서 추적했다. 전암세포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 OPC) 계통에서 유래했다. 다양한 종양 유발 전사 프로그램을 획득하면서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암세포로 분화하기도 한다.

또한 교모세포종 환자의 뇌실하영역에서도 유사한 전암 세포가 발견됐다. 이들은 종양과 일부 유전자 변이를 공유하고 있어 종양의 기원과 이질성에 기여했다.

이번 연구는 종양 내 이질성 현상을 일으키는 뿌리가 전암세포 때문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전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암 진화와 재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에 대한 기초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암세포 자체를 겨냥한 치료에서 벗어나 악성 뇌종양의 근원인 전암 세포를 선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암의 진화와 재발을 막는 정밀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교원창업기업 주식회사 소바젠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암 진화와 재발을 억제하는 교모세포종 RNA(RiboNucleic Acid) 치료제 혁신 신약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이 교수가 소바젠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김 박사는 “전암세포는 종양을 더욱 복잡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진화시키는 ‘암 이질성 씨앗’과 같은 존재”며 “이 전암세포를 이해하고 표적화하는 것이 교모세포종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Precancerous cells initiate glioblastoma evolution and contribute to intratumoral heterogeneity’란 제목으로 암 분야 학술지인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 16일자로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서경배과학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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