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노인 의약품 사용 지원방안 연구’ 발표
의사 동의하면 ‘조정지원료’ 지급 형태
노인 의약품 중복 복용문제 해결을 위해 처방약 조제 과정에서 약사가 의사에게 감약을 제안하고 의사가 동의하면 ‘복용약제 조정지원료’를 지급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은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노인의 의약품 사용 지원방안 연구 : 지역사회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오는 2040년 75세 이상 후기 노인 비율이 52.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인 의약품 사용 문제를 파악하고 고령 노인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2020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노인 1만97명의 연령별 다약제 복용 현황, 의약품 복용 활동 제한 등을 분석했다.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4분의 1이 3종류 이상 처방약을 복용 중이며,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의 약 40%가 처방약을 3종류 이상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의 약 15%는 약을 복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는 복합만성질환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3종류 이상 처방약을 받는 비율이 높았고, 고혈압 환자의 3.6%, 당뇨병 환자의 1.6%는 최근 1년간 의사와 상의없이 임의로 처방약 복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도 노인 의약품 사용 지원‧관리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선 2019년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으로 9개 지역에서 복합만성질환이 있고 정기적으로 10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는 노인 대상 방문약료사업이 실시됐다.
또한 충청북도 1개 군의 통합돌봄 시범사업에서는 노인가구 간 이동거리가 긴 점을 고려해 마을 경로당 26곳을 ‘거점 돌봄센터’로 지정, 약사가 방문해 중복약물, 복약순응도, 이상반응 경험 등을 조사하고 상담을 제공했다.
서울시 1개 구에서 실시된 ‘의‧약 협업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에서는 의사와 약사가 노인환자의 집을 방문해 복용 중인 처방약, 일반의약품을 확인하고 약물 중복, 복약 상태, 부작용 경험 등을 조사했으며, 필요시 의사와 약사가 협의해 부적절한 처방을 조정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 약물 사용 문제를 줄이고 적절한 의약품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일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다제약물 관리사업과 방문약료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1차 베이비부머가 80세 이상 후기 노인에 진입하는 시점까지 약물 중복 등 노인 의약품 사용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중재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노인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의약품 처방, 조제, 복약지도 과정에서 처방 검토를 강화하고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 약사, 간호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직역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현재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동일 성분 중복 의약품, 노인 주의 의약품 등에 대해 의사와 약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러 곳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다약제 복용 노인 환자 특성상 환자가 현재 복용하는 전체 의약품을 전문가가 포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해 일본에서 ‘복용약제 조정지원료’를 지급해 6종 이상 내복약 처방에 대해 처방 조정을 유도하는 것을 참고해 우리나라도 만성질환 노인을 대상으로 ‘처방전 조제 시 환자의 전체적인 의약품 사용을 검토하고 약물 중복 등이 있을 경우 약사가 의사에게 처방 조정을 의뢰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조제 단계에서 약물 중복 가능성이 있는 경우 약사가 의사에게 감약 의견서를 보낼 수 있으며 복용약제 조정지원료 등의 수가 산정을 통해 처방 조정을 유도하는데, 우리나라도 이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주치의가 없는 노인환자의 처방을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의사와 약사 모두에게 쉽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약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직역 간 연계를 통해 처방 조정 경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노인 스스로 처방 조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감약에 동의하게 해야 하며, ‘건강 e음’ 앱 등을 활용해 처방약은 물론 일반의약품 복용 여부도 파악해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의사, 약사, 간호사 등 노인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 제공자가 노인 의약품 사용 문제에 공감해야 처방 조정 등 필요한 중재를 효과적으로 하고 노인 대상 약료서비스에 참여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관련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보수교육 등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노인 의약품 사용 문제점, 노인 약물치료 원칙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하며 약료서비스 제공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평가도구 등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