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에 25만원’…비용 장벽에 의료진‧환자 난처
‘약물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 접근성 떨어질까’ 우려 나와
기술적 한계 지적도…“더 매력적인 중재 방안 제공해야”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수면연구학회 심포지엄 및 기자 간담회에서 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수면연구학회 심포지엄 및 기자 간담회에서 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불면증에 대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계점은 중재(Intervention)를 위해서는 결국 환자의 습관과 행동을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재의 시장 상황입니다.”

지난 4일 ‘세계 수면의 날(매년 3월 14일)’을 기념해 열린 대한수면연구학회 심포지엄에서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수면 보조장치 시장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는 수면장애 치료를 위해 등장한 혁신 기술 중 하나로, 단순한 수면 측정을 넘어 중재와 치료 기능을 포함하는 의료기기로서 불면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옵션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23년 2월 에임메드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가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은 데 이어 같은 해 6월 웰트(WELT)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웰트아이(WELT-I)’가 허가를 받으며, 나란히 국내 1‧2호 디지털 치료기기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 중 웰트아이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수면 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취침 시간을 제시하고 수면 방해 습관을 분석해 불면증을 개선하도록 설계됐으며, 현재 웰트의 파트너사인 한독이 ‘슬립큐’라는 이름으로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비용 장벽에 가로막혀 낮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한 달 처방이 25만 원 정도로 비싸 환자들의 접근성이 제한된다. 앱 다운로드 형태의 서비스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는 불면증 등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약물들이 많이 출시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약가 문제로 도입이 안 되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 같은 새로운 기술도 보험 제도 문제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웰트 관계자도 “의사 처방을 통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수가 체계의 한계로 인해 현재는 비급여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됐다”고 임상 현장 진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단순한 수면 보조 기능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중재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디지털 보조장치가 수면장애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 접근법과 함께 사용돼야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중재와 치료의 차이점은 치료는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한 접근인 반면, 중재는 예방과 치료를 함께 아우르는 개념”이라며 “(불면증에 대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인 중재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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