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가정방문·화상진료 허용…변경사항 재동의도 ‘원격’
임상시험용 의약품 전달, 배송 아닌 의료인‧약사 직접 전달
의료법·약사법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분산형 임상시험(DCT) 모델을 찾기 위한 시범사업이 첫발을 뗐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스마트임상시험신기술개발연구사업단 백선우 단장은 지난 22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약사, 의료기관, CRO 등이 참여한 민관협력 분산형 임상협의체를 통해 오랜 기간 논의해왔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형 모델을 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가 병원을 자주 방문하지 않고도 자택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임상시험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됐으며, 사업단은 지난해 12월 24일 ‘분산형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서울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남대병원, 동국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7개 의료기관이 참여한다. 복지부 재원으로 5년간 45억원이 투입되며,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경환 교수가 주관연구책임자를 맡았다.
백 단장은 “기존 임상시험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환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현재 지역 환자들이 서울 소재 대형병원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산형 임상시험을 통해 이러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범사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 방문은 반드시 대면으로 진행하되 이후 진료와 모니터링은 화상통화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이 직접 환자의 자택을 방문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전달하고, 재택 활력징후 측정과 채혈 등도 가능하다. 임상시험 변경 사항에 대한 재동의는 전자동의를 통해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임상시험용 의약품 전달의 경우 미국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통한 특수 키트 배송이 가능한 것과 달리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임상시험 실시기관 소속 약사 관리 하에 의료진 또는 약사의 직접 방문 전달만 허용된다.
또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24조 제8항에 따라 임상시험 대상도 현재 판매 중인 의약품으로 제한된다. 허가된 의약품의 임상적 효과 관찰이나 이상사례 조사 등이 이뤄질 예정이며, 우울증, 폐질환, 비만, 고혈압 등 경증 질환 위주로 진행된다.
혁신성 부족 지적엔 “논의 시작…단계적 접근 필요”
일각에서는 허가된 의약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을 들어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백 단장은 “전통적 임상시험과 비교 연구를 통해 데이터의 정확성, 환자 편익, 비용 효율성 등을 종합 검토할 계획”이라며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 단장은 대상자 모집과 등록, 데이터 수집, 임상시험 결과 판독 등은 현재도 분산형 임상시험 요소 기술 적용이 가능한 반면, 원격 전자동의, 화상 진료 및 모니터링, 의약품 택배 배송 등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 단장은 “규제가 완전히 허용된 것은 아니며, 시범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백 단장은 시범사업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과 관련한 질문에 “식약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안전한 범위 내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증 질환으로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도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립된 의약품 중심으로 진행한다”며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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