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Asia서 'EV-302' 연구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 발표
반응률‧생존율 개선 입증…피부 독성 등 부작용은 관리 필요
조정민 교수 “환자 생존이 비용에 달려…국내 급여화 절실해”

지난 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 비뇨생식기 종양(Genitourinary tumours) 연구 발표 세션에서 게이오대 의대 비뇨기과 기쿠치 에이지(Eiji Kikuchi)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 비뇨생식기 종양(Genitourinary tumours) 연구 발표 세션에서 게이오대 의대 비뇨기과 기쿠치 에이지(Eiji Kikuchi)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요로상피세포암(요로상피암) 치료에서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과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아시아 환자에서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이오대 의대 비뇨기과 기쿠치 에이지(Eiji Kikuchi) 교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에서 ‘EV-302’ 임상시험의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는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등 6개국 176명의 환자가 포함됐다.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3상 임상시험 EV-302 연구는 작년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서 획기적인 결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군(이하 병용요법군)은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66% 감소시키며(HR 0.34; 95% CI: 0.18-0.65), 사망 위험을 53% 낮춘 전체 환자 대상 연구 결과(HR 0.47; 95% CI: 0.38-0.58)와 일관된 치료 혜택을 입증했다.

또 15.6개월 추적 관찰 시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병용요법군이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반면, 항암화학요법군은 6.3개월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HR 0.30; 95% CI: 0.19-0.48)와 전체 환자 대상 연구 결과(HR 0.45; 95% CI: 0.38-0.54) 모두 일관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객관적 반응률은 병용요법군 72.2%, 항암화학요법군 35.0%로, 37.2%p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전체 환자 대상 연구의 반응률 차이(67.7% vs 44.4%, 23.3%p)보다 13.9%p 더 큰 수치다. 질병 진행률 역시 병용요법군 5.6%, 항암화학요법군 22.5%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는 병용요법군의 49%가 현재도 치료를 유지하고 있으며, 투여 기간 중앙값은 파드셉 9개월(12주기), 키트루다 10.2개월(15.5주기)이었다. 주요 치료 중단 이유는 질병 진행(28%)과 이상반응(14%)이었다.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TRAE)은 병용요법군 64.9%, 항암화학요법군 68.4%였다. 병용요법군의 주요 이상반응은 발진(12%), 고혈당증(10.6%), 신경병증(7.4%)이었고, 항암화학요법군에서는 호중구감소증(25%), 빈혈(20%), 호중구 감소(18.4%)가 주로 나타났다. 항암화학요법군의 51%는 유지요법 또는 2차 치료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받았다.

특히 아시아 환자군은 전체 연구 집단과 비교해 비흡연자와 상부요로암 비율이 높고 간 전이 비율이 낮은 특징을 보였다. 피부반응과 고혈당증 발생 빈도는 전체 환자군보다 다소 높았으며, 펨브롤리주맙 관련 폐렴 발생도 더 빈번했다.

기쿠치 교수는 “이번 하위분석 결과는 전체 EV-302 연구 결과와 일관된 양상을 보였으며, 아시아 환자군에서도 파드셉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로서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ESMO Asia 현장에서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정민 교수를 만나 파드셉 병용요법의 임상적 의의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적용에 대해 들었다.

조 교수는 “파드셉 병용요법이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전체 생존기간(OS)을 두 배 가까이 개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아래는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EV-302 임상시험에서 아시아 하위집단의 치료 효과는 어땠나?

이번 발표된 EV-302 데이터에서 아시아 하위집단은 전체 연구 결과와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반응률은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으나, 이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제로 30년간 사용된 항암화학요법의 한계는 무엇인가?

시스플라틴이나 카보플라틴과 같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은 50% 정도의 양호한 반응률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중요한 한계가 있다. 치료 반응이 2~3개월 내로 짧고, 신장·간 독성이 심해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반복 사용이 어렵다. 또한 초기부터 백금기반 요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실패하는 환자들도 많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다.

- EV-302 연구에서 입증된 새로운 항암요법의 주요 장점은 무엇인가?

EV-302 연구는 간 전이, 신장 기능 저하, 다양한 조직학적 변형을 가진 모든 하위 그룹에서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기존 치료제 대비 반응 지속기간이 길고 반응률이 높았으며, 특히 전체 생존 기간이 거의 두 배 증가했다. 비용 부담은 있으나, 치료 효과 측면에서는 기존 어떤 약제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 파드셉 병용요법의 장기 사용시 나타나는 독성을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파드셉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과는 다른 독성 양상을 보인다. 혈액학적 이상반응 대신 신경병증과 피부 독성이 주된 문제이며, 특히 초기에 15% 정도에서 나타나는 피부 독성은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당 조절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 사용 시에는 신경병증이나 폐염증이 우려된다. 다만 이러한 부작용은 용량 조절이나 일시적 투여 중단으로 관리 가능하며, 이 경우에도 치료 효과는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 초기 독성이 적은 ‘아벨루맙(제품명 바벤시오)’ 유지요법과 비교했을 때 파드셉 병용요법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독성이 강한 항암제 사용 후 아벨루맙으로 전환하는 유지요법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나, 적용 가능한 환자군이 제한적이다. 백금기반 항암요법과 아벨루맙 모두에 반응을 보이며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파드셉 병용요법은 진행성 환자를 포함한 전체 환자군에서 효과적이나, 장기 사용 시 독성 관리와 비용 부담이 과제로 남아있다.

- 파드셉 병용요법의 주요 한계인 비용과 2차 치료 옵션 제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파드셉 병용요법은 면역항암제와 함께 초기에 사용하면 이후 백금기반 항암요법 외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초기 치료 효과가 우수해 질병 진행을 억제하므로 2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 자체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모든 환자가 후속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황보다 바람직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 바이오마커가 없는 상황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의 환자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파드셉 병용요법 선택시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우선 비용 문제와 함께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는 키트루다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간 전이 환자의 경우 기존 백금기반 항암요법이나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또한 전이 위치, 전반적 상태, 조직학적 형태 등을 고려해 치료의 시급성을 판단해야 한다. EV-302 연구에서 모든 하위집단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특히 다른 치료에 저항성이 예상되는 환자에서는 비용 문제가 없다면 우선 고려할 수 있다.

- 아시아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더 좋은 반면 피부 독성과 고혈당증이 더 많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표준 용량인 1.25mg/kg가 아시아 환자들에게는 다소 높을 수 있다고 추정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비용 문제로 용량을 낮춰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독성 발현이 적은 것으로 관찰되어 용량과 독성 간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 파드셉의 단독/병용요법 사용 경험과 독성 관리에 대한 현황은 어떠한가?

파드셉 단독요법은 백금기반 항암요법과 면역항암제 실패 환자들에게 많이 사용해왔다. 최근 허가된 병용요법은 아직 경험이 제한적이나, 일부 성과가 있었다. 특히 병용요법으로 치료한 간 전이 환자 중 3~4건에서 완전관해를 보였으며, 이 중 일부는 이 약제가 아니었다면 생존이 어려웠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피부 독성이 주요 과제로, 갑작스럽게 발현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대응이 중요하다. 현재 일부 기관에서는 자체 프로토콜로 관리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Grade 3 미만에서도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학회 차원의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 파드셉 병용요법의 급여화 현황과 임상적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요로상피세포암은 매우 공격적이며 백금기반 항암요법 외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은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환자들이 비용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생존이 비용에 좌우되는 실정이다. 두 가지 약제의 병용으로 급여화가 쉽지 않으나, 적어도 한 가지 약물이라도 빠른 급여화를 통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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