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행정부 판결과 관련해 1심 판결까지 연결해 주요 쟁점과 의료기관에 대한 시사점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10월 원고가 인천 지역에 개설해 운영하는 A병원에 대해 현지확인을 하고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 사실을 적발했다. 피고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해 12월 공단의 의뢰를 받아 A병원을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원고는 지난 2015년 6월 A병원을 폐업한 후 같은해 11월 인천 다른 지역에 B병원을 개설했다. 그러자 복지부 장관은 지난 2015년 12월 현지조사 후 2022년 7월 원고에게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를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원고는 위 과징금 부과처분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의료급여기관이 폐업해 업무정지처분이 실효성 없는 경우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서 과징금 처분이 필요하고, 반드시 업무정지처분이 가능하거나 유효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에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의 판시도 다르지 않았다. 즉,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업무정지처분을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과징금 부과 요건으로 ‘업무정지처분이 수급권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업무정지처분이 유효하게 행하여질 수 있는 경우에만 한정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A병원 개설ㆍ운영자인 원고가 행정기관에 의해 부당청구가 적발돼 행정처분 절차 중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우려가 있는 A병원을 스스로 폐업해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없는 상태를 만들고, 더 이상 A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관련 규정에서 정한 ‘업무정지처분이 제재수단으로 실효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해당 과징금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과징금 부과처분의 성격에 대해서는 위 내용만으로 일응 정리될 수 있을 듯하나, 이 판결에서 의료기관 개설자나 실무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행정처분 절차 중 폐업인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부연하면, 공단이 지난 2014년 10월 15일 A병원을 현지확인해 원고의 의료급여비용 부당청구 사실을 적발했고, 복지부 장관은 그해 12월 A병원을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원고가 그 이후인 지난 2015년 6월 1일 A병원을 폐업한 것을 두고, 관련 복지부 고시(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적용기준) 제2조 제2호 다목에서 규정한 ‘행정처분 절차 중 폐업’인지 여부가 문제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현지조사 대상기관 선정 후 폐업을 이유로 위 고시 조항에 규정된 ‘행정처분 절차 중 폐업’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폐업 당시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은 ‘업무정지처분이 수급권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경우’뿐 아니라 그 밖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위 고시 조항은 ‘행정처분 절차 중에 폐업한 경우’를 ‘업무정지처분이 제재수단으로서 실효성이 없어 과징금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의 예시로 규정하고 있을 뿐인 점 등을 들어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참고로 본 건이 직접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위 고시 규정은 지난 2022년 6월 30일 개정돼 ‘행정처분 절차 중 폐업’에서 ‘행정처분 확정 전에 폐업’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향후에는 현지조사 대상 선정 후 폐업해 이후 현지조사가 된 경우(현지조사 전 폐업기관)에도 직권으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행정처분 가능성으로 인해 폐업을 고려하는 의료기관이 다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폐업 시에는 단순히 폐업 및 재개업에 소요되는 비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폐업 시점에 따라 과징금 형태의 행정처분이 따라올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고, 사전에 세밀한 법률 검토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