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사직 전공의 작성 추정 대자보
교수 등 "나가서 소청과 살려달라" 떠난 전공의 격려

병원을 사직한 소청과 전공의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자보. 13일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입구에 걸렸다.
병원을 사직한 소청과 전공의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자보. 13일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입구에 걸렸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환아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소청과 등 필수의료를 살릴 대책을 달라며 원내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교수에 이어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돈이 없어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걸렸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입구에는 ‘소아과 의사는 환아 곁을 떠난 적이 없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걸렸다. 해당 대자보는 사직 전공의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세브란스병원 소아응급실, 소청과 병동에서 강사와 교수님들은 환아 곁에 남아 있다”며 “그리고 오직 7명의 전공의만 병원을 나왔다. 남은 선생님은 환아를 오롯이 치료하며 병원을 나서는 우리에게 ‘우리는 여기에 남을게. 가서 소아과를 좀 살려줘’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들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적자는 67억원이다. 그러나 그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대한민국에 없다”며 “67억원만큼 치료를 안 거나 돈이 되는 치료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의사로서 그럴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우린 의사라서 의술밖에 모른다. 시위도, 법도, 행정 절차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눈 감고 있으면 구하고 싶은 생명들을 돈이 없어서 놓치게 생겼다”며 “그래서 이렇게 발버둥 치고 있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손가락질해도 미래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세브란스 의사들은 환아를 버리고 나와 있지 않다”며 “환아 곁에는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의사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시태그로 ‘#세브란스 소아과 전공의 7명(정원 52명)’, ‘#진짜로 교수님이 소아과 살려야 한다고 말해...’ ‘#법 잘 모르는데 보통 뉴스 보고 알게 돼;;’를 달았다.

앞서 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내과 한정우 교수도 지난 7일 “소아과 오픈런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며 원내에서 1인 시위를 한 바 있다. 한 교수는 정부의 비상진료 지원금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의사 부족과 관련 없음을 알면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한다”며 “소청과 의사로서 제 양심에 큰 상처를 줬다. 모멸적인 낙수론으로 필수의료를 전공한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실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저수가 체계로 망가진 한국 의료를 다시 세우고 필수의료를 총체적으로 회생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심 어린 태도로 소청과와 필수의료를 위해 발 벗고 나서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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