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 "공공적 의사 증원 방안 부재" 지적
전공의 사직에도 "명분 없다…응급의료 포함 전면 파업 우려"
"필수의료 대안 제시 없이 갈등으로 치닫는 대립 중단해야"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자 일부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이어지는 정부와 의료계 간 대립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반대하면서도 정부의 의대 증원안으로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안과 전공의 파업 모두 지지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의협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정운용 후보가 부산·경남지부 대표로 활동하는 단체다.
인의협은 “의사 인력 문제는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공공적 방식의 의대 증원, 공공의료 강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전공의의 정당화될 수 없는 요구를 내건 파업도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의협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단순히 의사 수 부족에서 기반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료 공급이 시장방임주의에 근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의협은 “OECD의 공공의료 비중이 평균 73%인데 반해 한국은 10%에 불과하다. 공공의료가 적다고 알려진 미국이나 일본도 공공의료 비중이 30%는 된다”며 “의료공급을 시장에 맡겨 놓고 정부가 방임한 결과 미용성형에는 너무 많은 의사가 몰리는 데 비해 다른 한편에서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 전공의 미달 사태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의사만 늘리면 알아서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정부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의대와 공공의료기관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의협은 “정부는 의사 수만 늘리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늘어난 의사들이 의료취약지나 필수의료에서 근무한다고 가정하고 있다”며 “늘어난 의사 중 일부는 지역에서 근무하겠지만 다수는 대도시·수도권에 종사하게 될 것이고 시장법칙에 따라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취약지에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취약지에는 이윤을 우선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면 다른 의료기관이 설 수 없으며 의사들도 의무 복무 규정이 없는 이상 취약지에 갈 이유가 없다”며 “공공적 의사 증원 방안, 공공의료강화 정책이 현재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사직 역시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 수 증원에 반대한다는 명분도 인정할 수 없으며사직 방식도 문제라는 것이다.
인의협은 “전공의들은 노동자이고 따라서 파업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나 이번 요구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지역·필수의료 의사 부족은 의사 분배·배치, 의료취약지의 지역 소멸 문제 등이 결합된 것이다. 이 책임을 의사에게만 물을 수 없으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파업의 형식도 지지할 수 없다”며 “세계의사회는 지난 2020년 의사 파업의 경우 ‘필수 및 응급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응급의료, 중환자 진료 부분의 파업은 매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이 부분까지 포함한 전면 파업으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시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만약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병원 내 전문의 등 의사 증원을 내걸고 투쟁한다면 이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의사 집단행동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지만 자신의 배타적 이해만을 위한 집단행동은 비난받고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초래했다. 반면 시민이 지지할 수 있는 요구를 내건 집단행동은 의미 있는 개혁을 이끌어 냈다”며 “한국 의사들은 자신의 요구와 시민의 요구를 합치해 투쟁하는 역사적 경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 취약지 해결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핵심 문제가 빠진 채 갈등과 대립으로만 치닫는 현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대립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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