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들 ‘부실 의학교육’ 우려…“의학교육 어쩌자는 건가”
병협 등 7개 병원단체 “참담한 심정…증원 재고해야”
의사 구인난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원했던 병원들도 파격적인 증원 규모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병원계 곳곳에서는 과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 A병원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규모 발표 이후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2,000명은 예상을 뒤엎은 수치”라며 “각 대학별 배분 규모가 4월까지 결정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원장은 “의학교육이 가장 큰 문제다. 당장은 의예과지만 그 이후 실습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데 명확한 계획이 없다”며 “더욱이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거버넌스도 없이 숫자만 지르고 ‘앞으로 하겠다’는 내용만 발표되니 주변에서도 다들 당황해 한다”고 했다.
A원장은 “증원 규모만 발표하고 (추후 계획은) 두루뭉술하니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을 예측하고 의료계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 가능성까지 제고하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에 대해 다들 믿기지 않아 하는 반응”이라고도 했다.
전남지역 B병원장도 “종합병원 입장에서는 의사 수 증원은 환영할만하지만 의학교육을 해나갈 수 있을지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현재 의대 정원이 3,058명인데 현 정원의 60% 이상이 갑자기 늘어나는 건데 1년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의학교육 환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병원장도 있었다.
경기지역 C병원장은 “의사 부족에 기형적인 인건비로 현장은 너무나 왜곡돼 있다. 구인난에 임금이 상승된 현 상황에 의사들이 너무 몰입된 것 같다”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는데 찬성한다. 정원이 늘어 배출된 의사들이 임상현장 뿐 아니라 연구나 산업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단체들도 의학교육 질 하락을 우려하며 정부에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전문병원협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7개 단체는 6일 입장문을 통해 “의대 입학정원 대규모 증원 발표와 관련해 의료계와 적극적인 협의 없이 추진되는 점에 대해 매우 당황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계는 국가 미래의료, 인구감소, 이공계열과 기초과학 분야 인재 이탈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의 종합적인 검토와 의료 환경 변화를 감안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단계적 의대 증원 확대에 찬성했는데 정부가 오늘 발표한 수준은 의료계 내 많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학교육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양질의 의사를 양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의학교육 질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국가 미래 의료와 적절한 의학교육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의대 증원 규모를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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