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보정심 내에서도 우려 쏟아져
교육 여건‧절차 등 문제 제기…후속 논의 일정도 없어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가운데, 정원 규모를 확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증원 규모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모아 보정심에서 결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이같은 우려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사실상 ‘통보’였던 셈이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시책 등의 심의 기구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보정심은 지난해 말부터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본격화 된 후 구성됐다.
보정심은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총 25인으로 구성됐으며 기재부, 교육부, 과기부, 행안부, 환경부, 고용부 차관과 식약처장 등 정부위원 7인과 수요자대표, 공급자대표, 전문가 등 민간위원 17인이 참여했다.
복지부는 6일 오후 보정심을 열어 의대 정원 증원 방안을 논의한 후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각계 의견을 모아 보정심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 참석한 한 인사에 따르면 이날 보정심 회의는 논의라기 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특히 보정심에서도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회의에선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 증원할 교육 여건이 안된다 ▲정부가 정원 증원 근거로 제시하는 의대 수요조사는 사실상 대학 총장 의견이었다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 후 지역‧필수의료 인력 부족, 실손보험과 비급여 확대 등 정책 실패를 의대 정원 증원으로 덮으려는 것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회의에서 이같은 우려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보정심 구성 자체를 봐도 정부 의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의사 출신 참석자 외 일반 의원들 사이에서도 많은 우려가 나왔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너무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정부가 하겠다는) 의미 있는 의대 정원 수 조정도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논의하자면 밤을 새도 부족한데, 심지어 장관은 회의 시작 후 한시간여 만에 ‘기자들이 기다린다’는 이유로 회의를 마무리했다”며 “사실상 회의가 아니라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통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증원해야 하는 명확한 근거 제시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 입학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명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 외 다른 근거 제시도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추계했으면 2,000명이라는 딱 떨어지는 수가 나올 수 없다. 2,000명은 정치적 수일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제대로 근거를 가지고 추계하고 준비했다면 몇명 늘리겠다는 계획 외 어떤 목표를 달성하면 단계적으로 어떻게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논의 후 보정심 활동이 종료되는 것이 아님에도 후속 조치를 위한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 후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하자는 계획도 없다. 위원들 사이에서 ‘이럴거면 왜 오라고 했냐’는 불만도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정부가 보정심 위원들에게 의대 증원 규모를 일방 통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정부는 위원들에게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성실하게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위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차분하고 충실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보정심을 포함한 사회 각계 다양한 의견을 지속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정부 "2020년과 다르다…의사 총파업=불법, 단호하게 조치"
-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3058→5058명
- 의협 빠진 보정심…복지부 “의대 증원 논의해 의료개혁”
- 보정심 산하 ‘필수의료 확충 전문위’ 시작부터 삐그덕?
- 의협, 총파업 시기 앞당긴다…오늘 오후 임총 개최
- 사직서 쓰는 전공의들…정부 “대응 방안 논의하자” 병원장 소집
- 의사 증원 원했던 병원들도 ‘황당’…“확대 규모 재고해야”
- 政 소집에 병원장들 “이미 물 엎질러 놓고 무슨 소용” 냉소
- “미친 의대 증원, 토끼몰이식 소탕작전” 격해지는 의료계
- 대전협 "의사 통제하는 정부…모든 대응 방안 강구"[전문]
- 의대 교수들이 직접 '의대 증원 취소 소송' 뛰어든 이유
- '의대 증원' 집행정지 이르면 15일 결정…인용시 증원 "사실상 무산"
- [회의록 전문] ‘2천명 증원’ 보정심에선 어떤 얘기 오갔나
- [의료계 10대 뉴스①] 누구도 예상 못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 政, 보정심 ‘투명하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운영 개선
- ‘2024 보건복지백서’에 尹정부 ‘2천명 증원’ 주장 담은 복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