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모든 부작용 설명하라는 거냐" 반발
법학계에서도 의료 현실과 괴리 지적
"의사가 시간과 노력 과하게 투입하고 있다"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의료 현장에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소송을 피하려고 '모든 부작용을 설명하다' 진료 자체가 지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와 법학계 양쪽에서 나온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독감 치료제 투약 후 환자가 추락하자 병원이 5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독감 치료제 페라미플루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신생아 뇌 손상 책임을 물은 소송에서도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 역시 유도분만 시 투여하는 옥시토신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페라미플루 판결에 대한의사협회는 "약제 설명서에 기재된 주요 부작용을 모두 설명하라는 취지"냐면서 "실무상 불가능한 요구"라고 했다. 이런 판결이 반복되면 "의료진 소신 진료는 위축하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한다"고 했다(관련 기사: “부작용 설명 안해서 5억7천 배상? 의료현실 무시한 판결”).

산부인과도 옥시토신 판결에 대해 "불가능한 요구고 시간적으로도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법원 요구대로 설명의무를 이행하다 "진료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생명이 경각에 놓인 초응급상황에서 설명의무를 다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겠느냐"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수술 당일' 설명은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판결 역시 의료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받았다. 설명의무는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 여유"를 줘야 한다. 법원은 환자 동의서까지 받았더라도 '수술 당일'은 이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설명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이번 판결에 성형외과는 "대부분 수술은 당일 외래를 거쳐 진행한다"며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번 판결로 "의료인은 모든 의료 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도 했다.

설명의무를 다루는 법원 시각은 법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학회지 '의료법학'에 게재한 '의료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에 대한 최신 지견'에서 "의사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건 임상 현실의 실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같이 지적했다.

백 교수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의사가 할애하는 시간과 노력으로 한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과 다른 환자를 치료하는 것 사이에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과 의사 재량권 보호 모두 균형 잡힌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설명의무의 법리는 환자 자기결정권을 확보해 헌법적인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임상현장에서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의사의 시간과 노력이 과하게 투입되는 부작용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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