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판결 ‘한방재활의학’에 이어 ‘한방소아청소년의학’도
소아과 바이블 ‘홍창의 소아과학’, ‘선천성 심장병’ 표절 의혹
저자 박인숙 교수 “심장 모식도 등 그대로 복사” 고소 준비
한방소아과학회 "사실 관계 확인 중…무분별한 음해 강력 대응"
한의학 교과서가 또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전국한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이 펴낸 〈한방소아청소년의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학 교과서인 〈홍창의 소아과학〉과 〈선천성 심장병〉을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법원이 저작권 침해로 판결한 〈한방재활의학〉에 이어 또 다른 한의학 교과서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전수 조사까지 예고했다.
〈한방소아청소년의학〉 표절 의혹은 〈선천성 심장병〉 저자인 박인숙 전 의원이 직접 제기했다. 박 전 의원은 소아심장 분야 국내 1인자로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였다. 박 전 의원이 지난 2008년 펴낸 〈선천성 심장병〉은 이 분야를 전공하려는 의사들을 위한 교과서로 유명하다.
박 전 의원은 6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우연히 〈한방소아청소년의학〉을 보게 됐고 그 안에 담긴 심장 모식도가 자신이 삽화 작가와 논의해 그린 〈선천성 심장병〉 속 심장 모식도와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심장 그림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색상으로 구분해 놓은 모습뿐 아니라 “임의로 정해서 넣은 숫자”까지 똑같다.
박 전 의원은 “그 숫자는 절대 값이 아니라 제가 정한 상황을 설정한 값이기 때문에 베끼지 않고는 같을 수가 없다. 화살표 방향까지 똑같다”며 “〈선천성 심장병〉을 그대로 복사,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한방소아청소년의학〉이 소아청소년과 바이블인 〈홍창의 소아과학〉도 표절했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홍창의 소아과학’ 집필진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03명 중 한명이다.
실제로 〈한방소아청소년의학〉에 담긴 심전도 포획 박동(capture beat) 그림은 〈홍창의 소아과학〉 포획 박동(capture beat) 그림과 화살표 위치까지 동일했다.
박 전 의원은 “더 이상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려고 한다. 변호사 자문도 마쳤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기존에도 의협에 전문 분야별로 한방 교과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꾸준히 제안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며 “의협이 해야 할 일인데 그동안 손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의협 한방특위 "한방 교과서 전반적으로 조사해 분석"
의협 한방특위는 이번 기회에 한의학 교과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 실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의협 한방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지난 2018년 법원은 〈한방재활의학〉가 의학 교과서인 〈재활의학〉 등을 표절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5년 뒤 똑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내과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며 “한방 교과서를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소아청소년과나 재활의학 등을 전공하지 않은 한의대 교수가 의학 교과서를 보고 쓴 한방 교과서로 한의대생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라며 “그런 식으로 교육해 놓고 법원에서는 ‘한의대에서도 가르치고 있으니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론적 배경이 다른 의학 교과서를 표절해 가르치고 있다. 한의학의 정체성도 잊어버린 것 같다”며 “단순히 한의대에서 몇 시간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 등을 한의사에게 허용했는데 그게 얼마나 허상인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방 교과서를 전반적으로 조사해서 저작권 침해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방소아과학회 "사실관계 확인 중…무분별한 음해 강력 대응"
이번 한방 교과서 표절 의혹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방소아과학회는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한방소아과학회 장규태 회장(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은 “아직 확인 중이다. 교과서가 공저이다보니 일일이 확인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와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저자인 교수 19명과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장 회장은 “이번 일로 마음 상한 분이 있다면 사과 드린다”고 했지만 “무분별한 음해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교과서를 만들 때 보통 저작권 관련 시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에 맡겨 그림을 그리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교과서 표절 소식을 듣고 한방소아과학회에서도 놀란 것 같다. 어떻게 표절 시비까지 붙게 된 건지 지금 내부적으로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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