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이론이라도 체계적 정리 및 특유의 표현방식에 따라 저작물 인정”

법원이 한방재활의학교과서 표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방재활의학과학회 등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한정형외과학회 및 의사 2명이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관련기사 : 의대생이 한방교과서로 공부해도 되겠네!)

한방재활의학과학회는 지난 2011년 A출판사를 통해 ‘한방재활의학’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하지만 해당 책에는 원고들이 각각 저술한 ‘정형외과학’, ‘재활의학’, ‘광선치료’ 등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이에 정형외과학회 및 의사 2명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를 상대로 각각 1,500만원씩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는 “원고들이 작성한 책의 내용에는 해당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 내지 용어를 사용해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들이 저술한 서적이 외국 서적을 직역한 수준에 그치거나 누가 하더라도 비슷하게 번역할 수밖에 없는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한방재활의학’에서 원고들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이 일부에 불과하고 원고들의 서적을 참고문헌으로 기재해 출처를 명시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한방재활의학’이 한의학과 학생들의 교육연구라는 공공적인 목적이 있고, 전체 내용 중 원고들의 서적을 이용한 부분이 양적·질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면서 “원고들의 서적도 다른 선행문건을 참조해 작성돼 성행문건과 동일·유사한 점이 많이 포함돼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저작권법에서 정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들이 의학계에서 이미 알려진 이론을 기초로 하기는 했지만 그 책들의 이용자들이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나름대로의 표현방식에 따라 책을 저술했다고 인정된다”면서 “이는 원고들의 창조적인 노력의 소산으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이 저술한 서적이 다수의 외국 서적들을 번역해 수록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도 해당 서적들에는 저작권법 상 2차적 저작물인 번역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아울러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가 2015년 한방재활의학 제4판을 출간하면서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내용을 새로 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이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부분들의 서술이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에 불과한 게 아님을 간접적으로 방증한다”고 했다

나아가 ‘한방재활의학’의 사례가 공표된 저작물의 정당한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한방재활의학’이 상업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한방재활의학과학회의 주장에 의하더라고 저작권 침해부분이 6%에 이르는 점, 원고들의 서적 일부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수록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의 행위가 공표된 저작물의 정당한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는 원고들의 서적에 관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되므로 공동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한 손해로 ▲정형외과학회 30만원 ▲의사 B씨 20만원 ▲의사 C씨 30만원을 산정했다.

정신적 손해배상은 원고 서적들의 창작성 정도 및 저자들의 기여도 등을 고려해 ▲정형외과학회 100만원 ▲의사 B씨 100만원▲의사 C씨 200만원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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