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들 ‘인력난’으로 위기 처한 병원 현실 토로
의료공백 해결책 ‘PA’ 활용 등 현실적 방안 언급
박민수 차관 “늘어난 인력 개원가 보낼 생각 없어”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The 14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KHC 2023)에서 ‘한국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않을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에 참석한 병원장들은 ‘인력난’으로 위기에 처한 병원 현실을 토로했다.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The 14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KHC 2023)에서 ‘한국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않을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에 참석한 병원장들은 ‘인력난’으로 위기에 처한 병원 현실을 토로했다.

정부도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도 지금 병원의 위기가 의료의 위기라는 점에 공감했다. 병원들이 위기로 꼽은 가장 큰 난관은 ‘인력난’이었다. 현장에서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위기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양성된 의사들이 ‘병원’으로 유입되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의료 생태계 전환을 위한 단기·중장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병원협회가 29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The 14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KHC 2023)에서 ‘한국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않을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에 참석한 병원장들은 ‘인력난’으로 위기에 처한 병원 현실을 토로했다.

병원들 ‘인력난’ 호소…“미래가 보이지 않아”

구미차병원 김재화 원장은 “의사나 간호사 모두 인력난에 직면했다. 병원 자체를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지경에 와있다. 당장은 수도권도 인력난에서 조금 수월한 편이지만 멀지 않았다. 인력난은 수도권에도 닥칠 조만간의 미래”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까지 인건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매년, 매달 적자에 시달리지만 인건비를 최대로 올릴 수밖에 없다. 인력 없이는 병원은 돌아갈 수 없다”며 “의료 인력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는 정책을 펴달라”고 호소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정희진 원장도 “대학병원 전임교원은 진료, 연구는 물론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 갈 후학 양성도 해야 하는 직업이다. 과거 존중과 존경을 받아 왔고 이들을 보며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전문의 꿈을 키워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전임교원 진입이 줄고 이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중증·응급의료 분야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는 환경이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 받는 일이 심심치 않다. 그런 분야로 전공할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또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특정 진료과 몸값이 올라갔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탈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정 원장은 “(병원) 빈 바리를 메우는 입원전담전문의나 초빙교수 등 여러 형태의 인력들의 인건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결국 적자가 되는 대학병원이 많지만 앞으로는 경영이 어려워 문 닫는 병원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이 악순환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미래 모습”이라고도 했다.

세부·분과로 다양해진 의료 전문화도 인력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순천향대부천병원 신응진 원장은 “20년 전 외과 분과는 크게 유방수술과 등 3~4개 정도였다면 최근 세부적으로 보면 15개 분과로 세분화 됐다”며 “과거 대비 배출되는 외과 전문의 수가 감소했고 그 인력으로 세분화된 영역 모두 커버하지 못하는 게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대학병원은 그걸 맞추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지만 종합병원은 각 세부 전문 의사를 초빙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급여를 떠나 인력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신 원장은 “갑자기 정부 정책이 도입되면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단 시간 내 인력을 채용해야 경우 경쟁적으로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해당 인력의) 급여가 올라가게 된다”며 “아무리 의료의 질을 올리고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현장에서 실행 가능하도록 인력 풀을 고려해 도입 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병원 내 의료공백 해결책으로 진료지원인력(PA) 활용도 언급됐다.

정 원장은 “의사를 보조하는 인력들이 모든 병원에서 일 하고 있을 텐데 이를 수면 위로 올려 전문화하는 과정을 정부에서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런 논의를 활발히 해 인력 공백을 슬기롭게 메우고 전공의가 제대로 된 수련을 통해 바람직한 의사의 길을 가도록 하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피부·미용 시장 ‘새로운 산업’…“인력 유출 자연스럽게 봐야”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꼽히는 ‘피부·미용’ 시장을 새로운 산업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세대 이상규 보건대학원장은 “피부·미용 시장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고 바라보고 있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는 시대에 안정적인 시장이 생겼고 인력이 그 분야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가하면 새롭게 형성된 산업과 기존 산업 간 어느 쪽이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것인지 게임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매력적인 산업으로 (인력이) 유출되는 상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유능하고 똑똑한 이들이 가치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창의성을 발휘하며 혁신 가능한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반면 기존 의료에서는 많은 규제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 불가능하다. 매우 불공정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차관 “늘어난 인력 개원가 보낼 생각 없어”

정부는 병원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로 양성된 의사 인력을 병원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금 대학병원은 99%를 진료에만 쏟고 있다. 연구와 임상, 교육이 조화롭게 작동돼야 하지만 그러려면 지금보다 인력이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지금보다 의사를 더 늘려 경쟁하라는 것이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증원된 인력을 개원가로 보낼 생각 없다. 위기인 병원에 인력을 확충하는 구조로 짜보려고 한다. 증원된 인력을 병원 내 좋은 일자리를 통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오는 2025년도 대학입시에 반영할 정원 마지노선은 내년 4~5월 말로 생각하고 증원 규모를 곧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규모나 구체적 배분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어 결정된 바는 없다. 교육의 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앞으로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인력규모에 대한 사전 예측을 주기적으로 하고 공개 토론을 통해 과학적으로 결정하는 틀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다”며 “정원규모 발표 시 의료정책 패키지 문제, 중장기적으로 의료가 가야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에 관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의과대학 신설에 대해 박 차관은 “공공의대를 신설하자는 이야기도 있어 열어놓고 검토는 하지만 의대 신설은 (증원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의대 신설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상대가치개편을 통해 변화하는 의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인력 유출의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는 사범부담을 완화 하겠다고 했다.

박 차관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유출의 큰 장애요인 중 하나가 사법부담이다. 사범부담을 완화하고 환자들을 충분히 구제할 수 있는 상충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제도 개혁도 가능하다고 보고 추진하게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상대가치수가 개념은 세밀하게 봐야 한다. 의사의 의료 행위시간이 15분으로 같다고 하더라도 리스크는 물론 숙련도도 다름에도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을 넣어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 조건부로 개편 작업에 들어가 수가체계 근본에 대한 설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2년에 한 번은 (상대가치개편 수가를) 조정되도록 구조를 바꾸고 정착되면 매년 재조정하는 체계로 단기간 내 해소되는 구조로 만들겠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로 인력이 들어오려면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대학병원들이 10년을 버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체계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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