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지부 간호사·간호대생 6천명 참석
野 "간호법 제정 노력"…與 "합의 중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간호법이 재발의된 가운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간호법과 관련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간호법을 재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당 의원들은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간호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선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간호법과 관련해 합의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1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17개 지부 소속 간호사와 간호대생 6,000여명이 참석했다. 5,000여명이 장충체육관에 자리했으며 나머지 1,000명은 인근의 장충교회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기념대회를 시청했다.
이날 기념대회에는 여야 국회의원이 총출동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주호영·강기윤·서정숙·김미애·백종헌·최연숙 의원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상민·김상희·이상헌·박범계·인재근·남인순·이수진·정일영·김정호·황운하·서영석·정춘숙·서범석·고영인·김민석·신현영·김원이 의원이 참석했다. 그 외 야당인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자리했다.
보건의료단체에서는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황만희 부회장, 대한조산협회 이순옥 회장, 대한치기공사협회 주기중 회장, 대한영양사협회 김인식 회장, 대한특성화고간호교육협회 김희영 회장, 한국간호학원협회 공화숙 회장, 한국간호과학회 이영휘 회장이 자리했다.
야당,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 규탄…"간호법 반드시 제정"
이날 행사는 축사만 한 시간 가량 걸렸다. 간호법을 재발의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재발의한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에 대해 규탄하기도 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간호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됐다. 정치 권력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을 다시 발의하겠다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간호법 제정과 함께 하는 100주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축사를 통해 “대통령은 본인의 공약이기도 했던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정치 기만이다. 민주당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간호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했다.
간호법을 대표발의한 고영인 의원은 “간호사들의 고귀한 뜻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초됐지만 이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 이는 정의로운 일”이라며 “국회 복지위원회 민주당 의원도 여당 의원들과 논의해 간호법 제정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도 “이번에는 반드시 간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전에 쓸데없이 걸렸던 시비를 피해 초안을 만들어 재발의했다. 지난 5월 간호법 제정이 불발된 것은 간협이나 국회가 부족했던 탓이 아니다. 바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라며 “간호사의 행복이 곧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반드시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도 “의료현장에서 모호한 업무는 모두 간호사가 맡게 된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간호사가 문제를 뒤집어 쓰게 된다”며 “이에 국회가 간호법을 제정했지만 대통령은 50만 간호사의 염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이 식물정당이 아니라면 할 일을 해야 한다. 간호법 제정 통과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도 “지난 번과 같이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했음에도 대통령이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회가 법을 만들자고 하고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반복돼야 하는가. 내년 총선이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여당, 간호사 처우 개선 노력…간호법 관련해 합의 강조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간호사 처우 개선과 함께 간호법이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정부가 지난 4월 간호인력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녹여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간호사들이 근무하도록 집권당에서 노력하겠다”며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직역 관계자들의 입장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간호사 여러분들의 마음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기윤 의원은 “복지부 여당 간사로 지내면서 간호법과 관련해 고뇌에 찬 나날들을 보냈다. 간호사들과 많이 소통하고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지금은 의료·간병·요양·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간호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거기서 간호법보다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맡고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간호법이 더 체계적이고 영구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은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던 것만으로도 큰 일이었다. 안타깝게 좌절됐지만 다시 발의됐다. 간호법이 잘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념대회에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도 참석해 보건의료 직역 간 협력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현장은 다양한 직역이 협력해 일할 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런 협력이) 환자의 가슴에 오케스트라의 화음처럼 스며드는 데 간호사의 역할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