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외과의사 A씨 업무상과실치사 금고형에 법정 구속
醫 "사회가 모든 책임 의사에 전가…필수의료 무너질 수밖에"

오진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외과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구속돼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오진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외과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구속돼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오진으로 환자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외과 전문의가 법정 구속됐다. 불과 한 달 사이 외과 의사가 잇따라 형사처벌되면서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외과 전문의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오진한 바람에 환자가 숨졌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외과 전문의가 수술 지연을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지난 2018년 십이지장궤양을 급성 항문열창(치열)으로 오진해 수술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는 치열이 출혈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 수술 후 출혈이 계속됐는데도 추가로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검사를 제때 진행하고 지혈했다면 비록 환자가 고령이었더라도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 환자가 숨졌으므로 의사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의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으므로 엄중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 과실이 가볍지 않고 유족도 엄벌을 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조계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의사를 구속 수감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는 26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에 법정 구속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환자를 고의로 해한 게 아닌 과실 사건이라 다툼의 여지가 상당한데도 이번처럼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중대한 과실이 발생했거나 중대한 악결과가 벌어졌는데도 피해 회복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피해가 일부 회복되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면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다. 각 심급 재판부마다 시각은 다를 수 있으므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의협 "의사 개인에 책임 지우는 사법부 징벌 기조 우려스러워"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의학적 판단 때문에 '범죄자'가 되면 앞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자세한 사정은 담당 부서가 파악 중"이라면서도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한 (질병의) 진단을 우선했다고 해서 법정 구속하고 징벌하려는 사법부 행태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했다.

의료사고는 사회적 차원에서 책임을 분담하고 공적 구제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처럼 의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처벌하는 일이 반복되면 필수의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여전히 생명을 살리는 필수·응급의료 영역과 수술 현장에 나아가고자 하는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선진국은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공조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반면 한국은 국가가 어떤 구제도 하지 않고 의사 개인에게 다 떠넘기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필수의료 기피가 가속하고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책임은 국가가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계 요구에도 "사회가 호응하지 않으니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판결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은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악결과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사법부가 의사를 법정 구속까지 하며 사회적 인식을 악화시키면 결국 의료분쟁의 시장화로 이어지고 필수의료는 파탄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료 현실 고려 없이 외과 의사만 처벌"…정책 근본 개선 요구도

외과계는 연이은 형사 처벌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최동현 총무부회장은 오진을 이유로 형사 처벌하고 법정 구속까지 가는 건 가혹한 처사라고 했다.

최 부회장은 "의사회에서 아직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이다. 다만 지난 장폐색 수술 지연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일선 현장에서 흔하게 접하는 사례에 사법부가 과잉 개입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고 했다.

최 부회장은 "항문 질환이 빈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를 이유로 일반 의원이나 작은 병원이 모든 환자를 내시경 검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진료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악결과를 피하지 못했다는)결과론적 사고에서 의사를 법정 구속까지 한 법원 판단이 아쉽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