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준 의원‧의협 ‘필수의료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 개최
학회들 “정책 효과 느끼기 어렵다”…政 “믿고 기다려 달라”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안’ 등이 발표됐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피과로 꼽히는 흉부심장혈관외과에서는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제도적 실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소청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2024년이 되면 소청과 전공의가 더 줄어서 주간병동을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부에서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안을 발표해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우선 대책에서 제시한 보상 수준이 너무 낮다. 소청과에서 원하는 보상의 10% 정도”라며 “기본 입원수가 인상이 절실하지만 이 역시 미약하다. 그나마 보상도 어린이병원이나 중증응급센터 등 최상위 10여개 기관에 집중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보상 강화, 필수과 전공의 수련지원, 지방가산, 소청과 전공 후 전문의들의 진로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지난 2022년 총리 직속 ‘아동가정청’을 설치하는 법이 통과됐고 올 4월 신설됐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 소청과를 전공하면 국가가 보호해준다는 시스템 전환이 중요하다. 이 정도가 아니면 젊은 의사들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경외과학회 필수의료육성위원회 권순찬 위원장은 “수술의 위험성을 고려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필수의료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도,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치료 의료사고 위험에 대한 제도 변화도 중요하고 필수의료에 전공의 우선 배정, 의대 지역인제 40% 선발 제도를 활용한 지역인재 육성 등도 같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 경험한 흉부외과로 정책 실험해보고 현장에 적용하자"
10년 넘게 기피과 문제를 겪고 있는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 실험을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필수의료, 예전에는 기피과로 불렀던 과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기피과 관련 기사가 처음 나온 것이 30년 전인데, 그때부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늑대가 없는 지역은 야생성이 사라진 지역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흉부외과가 늑대 같은 지표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필수의료 문제는 흉부외과에서 이미 다 겪은 일들이다. 이미 3~4년 전에 필수의료 위기를 이야기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흉부외과에 대해 세밀하게 파악한다면 필수의료 대책을 세울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 위원장은 “흉부외과는 다른 과보다 일찍 위기를 이야기 했기 때문에 대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일회성 제도들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가인데, 이벤트성으로 개선됐다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흉부외과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다.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제도를 실험하고 한발 앞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은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수련받는 전공의를 보호하는 정책이 없다면,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선택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종합적 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필수의료 붕귀를 막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필수의료 분야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수가 획기적 인상 ▲공공정책수가 적용 ▲기금 또는 별도 예산을 통한 지원 ▲지역의료체계 확립 및 의료취약지 지원 등을 언급했다.
또 법과 제도 개선 관련해 ▲의료사고 및 분쟁 관련 법과 제도 정비 ▲근무 여건 개선 ▲의료인력 양성 비용 국가 부담 등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 외 보건의료정책 전환 관련해 ▲응급의료체계 재정립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병상 수 증가 억제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의대 학사 커리큘럼 개편 ▲전공의 수련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 방안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따른 전공의 정원 조정 ▲지역사회 환자 후송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우 원장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의료는 필수의료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가장 큰 요인은 전문영역인 의료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왜곡하고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 원장은 “오랜 기간 동안 의료의 가치를 왜곡한 소위 ‘심평의학’, 치료의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들을 형사처벌하는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의학’, 언론의 자극적 저널리즘에 기댄 ‘비평의학’ 등이 (필수의료 붕괴에) 한몫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우 원장은 “필수의료 위기는 곧 국민 생명의 위기다. 국가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필수의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며 “정부는 의료계, 국민과 함게 필수의료 위기 해결이 될 때까지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처리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한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특례법을 제정해 필수의료종사자의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 시 우선 적용하자고 했다.
법 조항에는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자고 했다.
전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거나 합리적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민사적 배상을 얻고자 의료인에게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현행 의료사고 해결제도가 불완전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분쟁 발생 시 소송 등 개개인에 의한 개별적 방식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칭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필수의료 지원 관련 방향성은 복지부와 의료계가 큰 차이가 없다”며 “수가체계는 어렵고 힘든 고난이도 행위를 했을 때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있지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법 개선은 복지부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타 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노력하지만 현장에서도 국민인식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개선과 관련한 많은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당장은 답답할 수 있지만 방향성은 다르지 않다. 복지부를 믿고 지지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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