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성 교수 “지속가능한 전문의 네트워크…정부 지원 필요”
복지부, 필수의료 보완 대책 마련 고심…“방안 모색”
지역 내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자원을 권역 단위로 집중시키기 보다,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전국단위로 촘촘하게 이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박익성 교수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도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봄학술대회' 종합심포지엄에서 필수의료 공백 원인이 의료자원 부족 때문이 아닌 의료자원을 활용한 네트워크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익성 교수는 필수의료와 의료의 질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뇌혈관 질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자구책으로 마련한 뇌혈관 질환 전문의 네트워크를 소개했다. 박 교수가 뇌혈관외과학회장을 맡고 있다.
박익성 교수는 “중증·응급 뇌혈관 질환 치료는 빠른 응급조치가 중요하다”며 “(즉각적인 처치가 가능하도록) 뇌혈관 질환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소하려면 인력자원 활용과 연결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에 이를 제안해 지역 완결형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1~2명이 있는 곳은 (뇌혈관 질환) 진료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즉시 치료가 가능하도록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 전문의 네트워크는 전국을 20개 권역으로 나눠 뇌혈관 질환 치료 병원과 신경외과 전문의를 모으고, 이를 지역에서 전국 단위로 이었다. 네트워크에는 병원 155곳의 신경외과 전문의 490명이 참여했다.
특히 지역 별 메신저 방을 만들어 의료진이 뇌혈관 질환 응급환자 전원·치료 가능 여부를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뇌혈관 질환 환자 치료를 위해 신경외과 전공의가 1시간 반 동안 6개 병원에 전화를 돌렸는데도 전원이 어려웠던 사례를 소개하며 “메신저 방에 문의하고 5분 만에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 바로 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증·응급환자 발생 시 바로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며 “이후 인증제도 등을 마련해 지역별 의료의 질이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네트워크 시스템이 지속가능하려면 정부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전국 중증의료센터를 늘려 전문가를 모으겠다는 (정부의) 방안은 민간의료 중심으로 움직이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의 헌신만으로 (뇌혈관 질환 네트워크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는 이에 따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필수의료 진료과목 안에서 벌어지는 특정 분과 ‘인력 쏠림’ 문제 해결을 위해 수련제도 개편 등 큰 틀의 의료체계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인 순천향대부천병원 신응진 원장은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 해결을 위해서는 낮은 수가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의사 면허 취득 후 바로 개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필수의료로 인력이 가기 위해서는 인턴 폐지 등 수련제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는 “정형외과도 소아정형외과는 전공의 지원자가 없다. 개원 시 유리한 파트로 전공의들이 몰리고 있다”며 “모든 파트, 모든 분야마다 (정부 지원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분야가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큰 틀에서 구조를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중증·응급의료와 소아·분만 분야에 집중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보완해 하반기 종합적인 대책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중증·응급의료와 소아·분만 분야의 고난도 행위에 대한 보상 강화는 물론,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충도 중요한 문제"라며 "확충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인장치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전공의 제도나 수련교육 제도를 어떻게 강화할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