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엔허투' 사회경제적 가치에 주목
약학회지 최신호에 사회경제적 편익 분석 논문 게재
국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에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사용시 개선된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이 불러올 수 있는 사회경제적 편익이 약 2,60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다.
국내에서 엔허투는 지난 5월 보험급여 심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경제성평가소위원회 단계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논문이 엔허투의 급여 심사 속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성균관대학교와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지난 8월 31일 약학회지에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관련 사회경제적 편익 분석'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한국 여성에서는 비교적 젊은 연령인 40대부터 유방암 발병 비율이 높아, 이로 인한 생산성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에서 수행된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인한 국내 GDP 손실 규모는 2014년 기준 6,420억 원으로, 이는 1999년 92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약 6배 상승한 규모이며, 유방암 발생률의 증가 추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사회적 부담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체 유방암 중 약 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 그 중에서도 전이성 환자에서 최근 엔허투가 기존 치료제 대비 뚜렷한 임상적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급부상한 상황.
연구진은 "국내에서 유방암이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병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진행생존기간 및 전체생존기간 등 임상적 지표의 개선은 단순히 생존율 향상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본 연구에서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에 엔허투 사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편익을 산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연구진은 엔허투와 동일한 치료 차수(2차)에서 현재 급여 적용되는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처방 환자를 연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엔허투의 임상적 이익, 사회경제적 편익 산출을 위해 캐싸일라와 엔허투를 직접 비교한 DESTINIY-Breast03 임상시험 결과값을 활용했다.
캐싸일라 대비 엔허투를 사용했을 때 연장된 무진행생존기간을 산출해 이를 임상적 이익으로서 평가한 것인데, 단 건강보험청구자료에서는 질병 진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time-to-discontinuation'을 대리지표로서 사용했으며, 기존의 무작위임상시험 및 환자증례기록을 기반으로 한 선행보고서에서 보고된 무진행생존기간과 비교해 정의했다.
2007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건강보험청구자료에서 유방암이 진단된 37만4,725명의 환자 중 최종 선정된 캐싸일라 처방 환자는 2,212명으로 나타났다. 연령군은 40~49세 환자가 836명(37,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50~59세 623명(28.2%), 30~39세 422명(19.1%), 65세 이상 순이었다.
건강보험청구자료에 DESTINY-Breast03 임상시험 데이터를 대입해 캐싸일라 또는 엔허투 사용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연령군별로 추정한 결과, 캐싸일라는 최소 7.1개월(65세 이상)에서 최대 12.5개월(30대)이었으며, 엔허투는 최소 23.4개월(65세 이상)에서 최대 41.1개월(30대)로 모든 연령에서 3배 이상 연장된 것으로 산출됐다.
이후 연구진은 엔허투 사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을 추산하기 위해 각 연령군에서 산출된 연장된 무진행생존기간을 유급노동시간(paid work hour) 및 무급노동시간(unpaid work hour)으로 변환했다.
그 결과, 캐싸일라 대비 엔허투 사용시 추가적으로 연장된 무진행생존기간이 불러올 수 있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총 2,614억 원으로, 환자 1인당 평균 1억 1천 8백만 원으로 추정됐다(표). 추정치에 대한 다양한 민감도 분석 결과까지 종합해 보면, 엔허투의 사회경제적 편익은 1인당 약 6,200만원부터 1억1,000만원선으로 산출된다.
연구진은 "서구와 달리 국내 유방암 환자들은 진단 연령이 낮으며, 환자의 84% 이상이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65세 미만에 유방암을 진단받는 점을 고려할 때, 유방암으로 인한 환자 개인의 부담 및 이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상당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진행생존기간 및 생존기간을 현저히 연장시키는 치료제의 도입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부담 및 사회경제적인 부담까지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진은 "엔허투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상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이상의 치료로 권고하고 있을 만큼 효과성 및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제"라며 "최근 국내에서도 허가가 됐는데,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신약의 사용이 기여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연구는 새로이 개발된 엔허투가 가지고 있는 임상적 이점을 넘어 사회경제적 편익을 분석해 그 가치를 조명한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한정된 재정을 기반으로 의료자원의 배분 관련 의사결정 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