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원 서신 통해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 설명
시도의사회장들, 회의 열도 대책 논의 "집행부 책임져야"
서울내과醫 "조건 이행 안하고 의대 증원하면?" 공개질의

대한의사협회는 9일 회원들에게 서신문을 보내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는 9일 회원들에게 서신문을 보내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 합의’ 논란에 대해 인력 확충 논의 시 고려해야 할 필수조건을 합의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의협은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 인력 확충 방안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합의한 내용으로 이필수 회장에 대한 ‘탄핵’(불신임)까지 거론될 정도로 논란이 일자 9일 오후 전체 회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의협은 서신을 통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한 사항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대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방안으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기피분야 적정 보상 등 우수 의료 인력 유입 위한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의료 인력 확충 방안 논의는 복지부가 제안했다고 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의료 인력 확충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복지부 요구에 의협은 다음과 같은 필수조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 의료 인력의 현재 상황 및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할 경우 확충된 인력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 객관적인 사후평가를 통해 제도의 재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두터운 보상을 통해 안정적인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제공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신설을 통한 인력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
•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제한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취지에 발맞춰야 한다.
• 의대쏠림으로 인한 이공계 문제, 의료비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의협은 “복지부는 의료 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 시 고려돼야 할 전제사항에 공감했으며 이를 같이 검토해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으로는 회원의 의견을 경청해 협회 정책 방향에 반영하고, 밖으로는 정부·국회와 치열한 협의를 이어가면서 결국에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의협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국민 건강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의료제도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회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회원 서신에도 “정부가 조건 이행 안하면 어떻게 할 텐가” 불신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 집행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9일 저녁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협과 복지부 간 합의사항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으며 이같은 의견을 모아 의협 집행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시도의사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와 관련된 합의 사항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반대하는 회장들이 많았다. 이 의견을 모아 의협 집행부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추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이날 의협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이후 의협이 제시한 조건들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대응 방침을 물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의협은 논의만 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의대 정원 관련된 문제는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재논의를 협의하기로 한다는 것과 ‘확충 논의’에 합의했다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2025학년도 입시 모집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느냐”고 따졌다.

또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대책은 따로 준비돼 있느냐. 의협에서는 의사 수 증원을 위한 선행 조건을 걸었다고 하지만 정부는 조건을 들어주겠다는 말만 하고 의사 수를 증원한 후 정부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협은 어떻게 할 계획이냐”며 “회원들에게 다시 파업하자고 동참을 호소할 것이냐”고 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이어 “지난 2020년 9월 복지부는 의료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왜 의협이 나서서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를 했느냐”며 “합의한 게 아니라면 대책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설령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하더라도 필수의료 인력이 확충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며 “지금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규제 감소와 세금 감면, 재정 투입 등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협은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는 향후 의료계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의 행보는 전체 의사 회원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전체 회원들의 민의와 처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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