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리라는 여론 무시하고 갈 수 있나”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 ‘정원 확대 반대’ 재확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0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0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청년의사).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으로 정부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대한의사협회가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는 의대 정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외부 여론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의대 정원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이에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의협 대의원회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회관에서 진행한 운영위원회 회의에는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인천시의사회장)이 참석해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이들은 의협을 대표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근 부회장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문제가 나오고 있다. 진짜로 의사 수가 부족한지, 부족하다면 어디가 부족한지, 증원이 필요하다면 그 수만큼 필수의료 분야로 가도록 하는 정부 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논의돼야 한다”며 “집행부 힘으로만은 할 수 없다. 대의원회가 도와주고 조언해야 힘을 얻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래 회장은 “9.4 의정합의에 따라 (복지부와)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가 여덟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의대 정원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무조건 늘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거기에 몰입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은 의대 정원을 한명도 늘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문제가 생기고 구급차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갈 수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의료체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되는 인력을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반대 이유다.

한의과대학 정원을 줄이면 그 수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번 기회에 의료일원화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더욱이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반대’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어 협상 폭은 더 좁다. 의협 구조상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입장을 다시 정하려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 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이 지난달 23일 열린 의협 정총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선명한 반대 논리를 갖고 협상장에 나가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정총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고 결의한 바 있기에 집행부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 분야는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의사들은 의대 정원을 확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가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며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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