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치료 시 레날리도마이드, 보르테조밉 등 병용 확대 실패
김기현 교수 " 함께 사용되는 병용 치료제만 급여…한국만 이례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는 다잘렉스의 긍정적인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급여확대가 불발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얀센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는 최근 재발,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을 개선하는 등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정작 적응증의 급여 확대는 고배를 마셨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발골수종 3상 임상시험에서 OS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은 정말 성숙된 데이터가 수집됐다는 것"이라며 "급여 확대를 기대한 해당 환자들에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최근 개최된 ‘2023년 제2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르면 다잘렉스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Rd) ▲보르테조밉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Vd) ▲카필조밉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 등에 대해 급여기준 확대를 신청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김기현 교수는 "이번 급여확대 불발은 아마 가격 문제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효과에 대해 논쟁할 수 있는 사람(위원)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2차 치료제로 다잘렉스는 함께 사용되는 병용 치료제들만 급여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다잘렉스까지 보험급여가 되고, 심지어 2차 치료가 아닌 1차 치료에서 보험을 해주거나 고려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발골수종 치료의 전략적 측면에서도 다잘렉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발골수종을 비롯한 암은 초기에 많은 암세포를 제거할수록 이후 발생하는 변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초기에 강력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

앞서 다잘렉스는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지인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을 통해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 대상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 병용요법 연구인 POLLUX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다잘렉스 병용군의 OS 중앙값은 67.6개월, 위약군(Rd)은 51.8개월로 나타나 다잘렉스 병용군이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을 27%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치료제 대비 1년 4개월의 OS 개선을 보였다.

다잘렉스는 Vd 병용요법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허가 바탕이 된 임상시험 CASTOR 연구에서 다잘렉스+Vd 병용(DVd)군의 전체 반응률(ORR)은 82.9%, 대조군(Vd)은 63.2%로 나타났으며 12개월 무진행생존기간(PFS) 역시 60.7% 대 26.9%로 대조군 대비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다잘렉스는 재발, 불응성 다발골수종에서도 통계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초기(1차) 치료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며 "사실 데이터가 긍정적인 약은 조기에 쓸수록 더 좋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2차 치료가 아닌 1차 치료에 어떤 약제를 썼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식 후 환자에게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을 사례로 들며 다잘렉스 급여가 미뤄지는 사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이 급여등재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이 요법의 급여가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 또는 가격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다잘렉스가 레날리도마이드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교수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각 암종이 가지는 특수성을 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진은 본인이 맡은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다른 질환에서는 아니다. 피상적인 데이터를 보는 능력은 있겠지만 직접 환자를 보면서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은 없다"며 "예컨대 다잘렉스의 이번 1년 4개월의 OS 데이터가 다발골수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아는 고형암 의료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하나의 약제가 가진 배경을 모르는 상태로 데이터만 확인한 채, 해당 약제의 급여를 논의한다는 것은 자체가 암질환심의위원회 존재에 대한 의문을 야기시킨다"며 "급여등재를 기각시킨 당사자들은 다음 논의까지 해당 약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담당 의료진은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훨씬 더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못해주는 사실에 고통받는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