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브롤리주맙+렌바티닙', LEAP-002 연구 결과 생존 개선 실패
소라페닙 대비 OS 및 PFS 개선 성공한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로빈 케이트 켈리 교수, "두 연구 디자인 및 대상 환자군 달라" 지적

[파리=김윤미 기자] 간세포암 치료에 면역관문억제제(ICI)와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 조합이 유망한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로 다른 약제들로 해당 조합을 시험한 2개의 연구가 엇갈린 결과를 보여 주목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각)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2)에서 간세포암 1차 치료에 'ICI+TKI' 조합을 평가한 2개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연이어 공개됐다.

그림1.
그림1.

먼저 발표된 연구는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현재 간세포암 1차 단독요법제로 사용 중인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의 조합을 평가한 3상 임상 LEAP-002의 결과다(그림1).

해당 연구는 '키트루다+렌비마'군과 '위약+렌비마'군(대조군)을 비교 평가했다. 1차 평가변수는 전체생존(OS)과 무진행생존(PFS)이었다.

연구 결과 '키트루다+렌비마'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1.1개월로 대조군 19개월 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달성하지 못했다. 또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역시 8.2개월 대 8.1개월로 차이가 없었다.

객관적반응률(ORR) 및 질병조절율(DCR)은 '키트루다+렌비마'군이 26.1%, 81.3%로 대조군의 17.5%, 78.4% 보다 좀 더 높았다.

'키트루다+렌비마'군에서 보고된 3~4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61.5%였으며,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하는 환자 비중은 9.6%로 키트루다 단독 사용시와 비슷했다.

그림2.
그림2.

이어 발표된 연구는 중국 제약사인 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이 개발한 항 PD-1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국내사인 에이치엘비가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의 조합을 평가한 3상 임상연구 결과다(그림2).

해당 연구에서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은 1세대 약제인 '소라페닙' 단독 투여를 대조군으로 비교 평가됐으며, 1차 평가변수는 OS와 PFS였다.

연구 결과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의 mOS는 22.1개월로 대조군의 15.2개월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키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다. 또한 mPFS 역시 5.6개월 대 3.7개월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8% 낮추며 유의성을 입증했다.

ORR은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에서 25.4%, 대조군에서 5.9%로 나타났다.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에서 보고된 3~4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80.5%였으며, 스테로이드 사용 비율은 16.2%였다.

한편, 두 연구의 성패가 갈리자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로빈 케이트 켈리(Robin Katie Kelley) 교수는 이 두 조합이 OS나 PFS 절대치에서 비슷한 효과를 냈음에도 결과 갈린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로빈 케이트 켈리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로빈 케이트 켈리 교수

켈리 교수는 먼저 두 연구 디자인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LEAP-002 연구의 경우 맹검 연구로서 대조군을 차세대 약제인 '렌비마+위약'으로 설정했지만,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연구의 경우 오픈라벨 임상으로 대조군 역시 1세대 약제인 '소라페닙' 단독요법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어 켈리 교수는 두 연구는 대상 환자의 인종 구성비와 병인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LEAP-002 연구의 경우 아시아인의 비중이 31%로 대다수의 환자가 서양인 혹은 비아시아인이었지만,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연구는 대다수 아시아인(83%)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대상 환자의 병인 역시 LEAP-002 연구는 48%가 B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이었고 비 바이러스성 요인이 39%이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이 75%에 달했고 비 바이러스성 요인은 16%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켈리 교수는 과거 간세포암에 대한 면역관문억제제 연구들의 메타분석 결과에서 비 바이러스성 환자의 경우 생존 개선 효과가 덜했고, B형간염 바이러스 양성 환자에서는 더 좋은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같은 차이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두 연구의 하위그룹 분석를 보면, B형간염 바이러스 양성 환자에서는 두 가지 조합 모두가 유의미한 OS 개선을 입증한 반면, 비 B형간염 바이러스 환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OS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켈리 교수는 LEAP-002 연구 실패로 인해 현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는 '키트루다+렌비마'군의 역할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추후 환자의 삶의 질이나 바이오마커에 대한 분석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색전술과의 병용 연구(LEAP-012 연구)를 통해 해당 조합의 잠재적 역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반면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조합의 결과에 대해선 몇 가지 주의점을 지적했다. '리보세라닙'이 경구용 제제로서 복약 편의성을 갖췄다는 점을 제외하면, 현재 1차 치료 표준요법으로 사용 중인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조합 보다 뚜렷하게 개선된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그림3.
그림3.

IMbrave 150 연구에서 '티쎈트릭+베바시주맙' 조합이 보여준 mOS, mPFS, ORR은 각각 19.2개월, 6.9개월, 30%로 이번에 발표된 두 연구 결과의 절대치와 비슷했지만(그림3), '티쎈트릭+베바시주맙'군에서 보고된 3~4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43%에 불과했다.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에서 보고된 80.5%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켈리 교수는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조합의 이상반응 발생률과 간독성 문제를 지적하며, 임상시험 적합자 외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켈리 교수는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연구에 포함된 비아시아인이 비중(17.3%)이 너무 적다는 것을 지적하며, 해당 조합이 간세포암 1차 치료 세팅에 글로벌 치료법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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