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규모 연구자 주도 임상 및 약동학 연구 결과로 지지 얻어

국내 의료진을 통해 최초로 제시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가 이후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들을 통해 지지받으며,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는 2012년 서구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은 낮은 혈전 성향, 높은 출혈 위험 및 항혈전제에 대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내용의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최초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국내에서는 급성기를 경과한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해 다양한 축소화 전략(de-escalation strategies)이 대규모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됐으며, 그 결과 모두 유의하게 출혈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3개월 경과 후 아스피린 중단요법의 효과를 규명한 TICO 연구(연세의대), 1개월 경과 후 티카그렐러에서 클로피도그렐로 전환용법의 효과를 보여 준 TALOS-AMI 연구(가톨릭의대) 및 1개월 경과 후 프라수그렐의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감량요법의 효능을 보여 준 HOST-REDUCE-POLYTECH-ACS (서울의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한국인에 보다 적합한 항혈소판요법 지침 개발 필요성이 강조돼 왔고, 해당 연구 결과들은 작년 발표된 대한심근경색연구회 전문가 합의문에 전반적으로 반영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국내에서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의 감량요법의 효과를 뒷받침할 만한 다양한 약동학 및 임상관찰 연구들이 발표되며, 향후 치료지침 개정에 중요한 근거로 쓰여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먼저,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최초 제시한 정영훈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Thrombosis and Haemostasis 최신호에 급성관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8개 대학병원 다기관 A-MATCH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퇴원 직전 급성관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용량인 프라수그렐 10mg, 절반용량인 프라수그렐 5mg 및 혈소판기능검사 기반 용량으로 나눠 1개월간 치료를 진행했다.

그림1. 한국인에 적절한 프라수그렐 용량 결정
그림1. 한국인에 적절한 프라수그렐 용량 결정

그 결과, 적절한 항혈소판 효과를 보이는 비율이 프라수그렐 10mg 치료군에 비해 다른 두 치료군에서 각각 3.8배 및 3.5배 높게 나타났다 (그림1).

또한 출혈 빈도도 프라수그렐 10mg 치료군에 비해 다른 두 치료군에서 각각 42%와 45%씩 적었다. 출혈을 경험한 환자들은 1년간의 치료 기간 중 약제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2배 가량 많았다.

정영훈 교수는 "한국인에서 표준용량의 프라수그렐은 상당히 강력한 혈소판 억제 효과를 과도하게 보였고, 절반 용량 프라수그렐은 적절한 항혈소판 효능 및 출혈 위험 감소가 뚜렷했다"라며 "이는 HOST-REDUCE-POLYTECH-ACS 연구와 상당히 유사한 결과이며, 9년 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제시했을 당시 주장했던 '한국인에서의 프라수그렐 용량 감소 필요성'이 임상적 자료로 입증된 것으로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동아대병원 순환기내과 김무현 교수팀이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임상의학저널(J Clin Med)에 발표한 HOPE-TAILOR 연구에서도 절반 용량의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가 표준 용량보다 적절한 혈소판 억제능(OPR, optimal platelet reactivity)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림2).

그림2. 절반 용량의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 효과
그림2. 절반 용량의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 효과

다만, 절반 용량의 티카그렐러 치료는 여전히 과도한 혈소판 억제능을 보였고(31.0 ± 34.5 PRU), 9개월의 치료기간 중 전체 출혈 빈도가 절반 용량의 프라수그렐 또는 티카그렐러 치료군에서 표준 용량의 클로피도그렐 치료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아(31.6% 대 12.2%, 위험도 2.93배) 한국인에 최적화된 약제 및 용량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진섭 교수팀 역시 임상의학저널 최신호에 급성관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BLEEDING-ACS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표준 용량의 티카그렐러 복용 후 낮은 혈소판 활성도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용량(90mg) 및 저용량(45mg)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출혈 및 호흡곤란 빈도를 비교 평가했다.

그림3. 절반 용량의 티카그렐러의 임상 효과
그림3. 절반 용량의 티카그렐러의 임상 효과

그 결과, 6개월간 호흡곤란 및 출혈 사건의 빈도는 양측에서 비슷하게 높았고, 그 빈도가 3개월 이내 가장 많이 생기며 이후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연구진은 저용량 티카그렐러 투여군에서 심각한 출혈 사건(BARC 2형 이상) 빈도가 70% 정도 감소됨을 확인했다(그림3).

특히 65세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가 25 kg/m2 미만인 환자에서 이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프라수그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인 및 저체중 경우처럼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 티카그렐러 용량 감소 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진섭 교수는 "급성관동맥증후군을 가진 한국인에서 티카그렐러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허혈성 임상사건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위중한 출혈의 위험만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라며 "이런 치료 방침은 출혈 고위험군에서 더욱 뚜렷한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되나,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OST-REDUCE-POLYTECH-ACS 연구를 통해 절반 용량의 프라수그렐 치료의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적정 티카그렐러 용량에 대한 연구들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김무현 및 정영훈 교수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EASTYLE 연구는 한국인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티카그렐러 60mg 감량(노인 및 저체중인 경우 45mg) 및 3개월 후 아스피린 중단의 하이브리드 요법에 대한 임상적 효능을 확인 중으로 이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인 치료 지침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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