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후 취소해도 네이버‧카카오엔 ‘0’으로 표시
“현장에서 60세 미만에게 접종할 방법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가 오지 않은 젊은층에게 잔여 백신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지만 위탁의료기관에서는 접종자를 찾지 못해 폐기하는 백신이 생기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 원인이 네이버‧카카오앱으로만 예약하도록 제한한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다. 예약해 놓고 오지 않거나 뒤늦게 취소하더라도 현장 대기자에게 접종할 수 없어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탁의료기관인 A의원은 지난 14일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회 접종분을 폐기했다. 잔여 백신을 등록해도 네이버와 카카오앱에는 ‘0’으로만 표시됐다.

A의원 원장은 “예약을 한 후 취소해도 잔여 백신은 다시 복구되지 않더라. 시스템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있는 60세 미만 대기자에게 접종할 방법도 없어서 결국 폐기했다. 백신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을 개편하든지 예약 방식 제한을 풀든지 해야 현장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네이버 '잔여 백신 당일 예약' 시스템
네이버 '잔여 백신 당일 예약' 시스템

B의원도 비슷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다. 잔여 백신을 등록하면 바로 예약되지만 제시간에 오지 못하고 취소하는 사례가 꼭 생긴다는 것이다. B의원은 하루에도 잔여 백신 등록을 몇 차례씩 반복하고 있다. 전화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B의원 원장은 “잔여 백신 때문에 힘들다. 예약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까지 오면서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며 “현장에 접종할 사람이 있는데도 60세 미만은 SNS로만 예약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폐기하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의료계는 60세 미만도 현장에서 잔여 백신 예약하고 접종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위탁의료기관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젊은 사람은 SNS로만 예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전국적으로 시행해버렸다. 원거리 지역에서 예약해 놓고 제때 오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며 “가까운 지역에 있는 위탁의료기관만 예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잔여 백신 노쇼 현상이 나타난다. 잔여 백신 접종자를 찾느라 병의원이 너무 힘들다는 민원이 의협에도 쏟아진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효율적인 방식을 찾으려면 현장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전국적으로 시행해 버렸다”며 “SNS를 기반으로 한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의 의도는 좋지만 병의원 입장에서는 행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실무적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잔여 백신 예약을 SNS로 일원화하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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