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면허자협회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 공공의료기관 역할 수행”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 등 졸속 의료일원화 시도 즉각 중지해야”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함께 가진 복수면허자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하며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 한의대 정원의 상당부분을 의대정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사단법인 한국의사한의사복수면허자협회는 13일 성명서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복수면허자협회는 “정부는 우리나라의 부실한 공공의료와 생명에 직결되는 전문과들에 지원자수가 적은 게 마치 모두 우리나라의 의사수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급여수가는 보험자인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은 강제로 건강보험제도에 편입되게 돼 있어 사실상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병원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의료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희생으로 의료의 질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사실들은 간과한 채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관만을 공공의료라고 하며, 공공의료의 부실과 지역의사의 부족을 마치 의사 수가 부족해서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불과 10여 년 전 간호사 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간호사 배출인력을 늘렸지만 결과적으로 비활동 간호사 수만 늘어났을 뿐, 실제로 활동하는 간호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점을 봐도 단지 의료인만 늘린다고 해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의사 수만 늘린다면 의사유발 수요의 증가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게 복수면허자협회의 지적이다.

복수면허자협회는 또 한의대 정원의 상당수를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고 한의대와 의대의 교육을 통합하며, 면허까지를 통합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복수면허자협회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산하단체인 시도한의사회에서조차 이번 조치를 통해 ‘한의학의 쇠퇴와 한의사 직군의 소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한의협은 ‘한의대에서 배우는 일부 과목들의 이름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의료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복수면허자인 우리들이 의대와 한의대의 교육을 모두 경험해본 바로는, 의학과목의 이름만 비슷할 뿐이며, 한의대에서 배우는 현대의학교육의 질과 양으로는 의대에서 배우는 현대의학교육의 질과 양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한의대 뿐만 아니라, 간호대, 치대, 물리치료학과, 임상병리학과 등 의료와 관련된 여러 학과에서 의학의 각 과와 공통된 이름의 과목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누구도 면허 통합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복수면허자협회는 “의과대학에서 한의학관련 과목을 배우는 것도 환자나 한의사들과의 원활한 소통, 통합적인 의료제공을 위한 것일 뿐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졸속의료일원화 정책은 부실 의사를 양산하게 되고, 결국 국민건강에 막대한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지금 추진하는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지역의료 공백과 필수 의료인력 육성과 관련해 관련단체와 진지하게 협의하라”고 권고했다.

또 “한의대 정원의 의대정원으로의 전환을 포함해 어떠한 졸속의료일원화 시도도 즉각 중지하고 국민건강의 백년대계를 고려한 의료정책을 수립하라”면서 “제대로 된 합리적인 의료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 대한의사협회와 복수면허자협회를 비롯 산하 여러 전문과단체,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대화에 적극 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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