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통합당 원내대표 및 복지위원 연이어 접촉…“공감대 형성”
경남 창원‧경북 포항‧부산 기장 통합당 의원들, 의대 신설 목소리

의료계가 의사 수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저지를 위해 미래통합당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9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미애 의원을 만나, 의사 수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의협)
(사진제공:의협)

이날 의협은 미래통합당을 방문, 주호영 원내대표, 강기윤 의원(통합당 복지위 간사), 곽상도 의원 등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사수 증원, 공공의대 설립추진 문제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중장기적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진행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의사들의 등에 실망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은 “의사수 증원, 공공의대 설립추진을 성급하게 진행할 게 아니라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보건의료발전계획에 포함시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현재 의전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한 곳에 불과한데 이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을 추진해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의사 수 증원 정책도 의전원 제도와 같이 실패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피력했다.

의협 강대식 부회장은 “의사 수를 증원해 의료취약지에 근무하게 한다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오히려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의사에 대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실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사 수 증원, 공공의대 설립추진 문제에 대해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같은 날 김미애 의원(국회 복지위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4대악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 송명제 대외협력이사는 “의사 수 증원, 공공의대 설립추진을 성급하게 진행할 게 아니라 의료 취약지나 필수진료과에 종사하는 의사들에 대한 처우개선, 인력의 재배치 등을 통해 먼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미애 의원은 “정부에서는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 무변촌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실상은 그러하지 못했다”며, “의사수 증원의 경우에도 이러한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기윤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 수 확대가 ‘맞다, 아니다’를 차치하고 (의사 수를 확대해 각 의대에 배분할 때)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지역거점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현재 경상남도 상황을 보면 의대가 하나 있다. 기존 대학 증원보다 의료사각지대에 신설 의대를 통해 지역 공공의료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으면 지역 간 갈등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창원시를 보면 억지로 104만명 도시를 만들어놓고 누구도 거들 떠 보지 않는다. 창원에 의대가 하나도 없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 시)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경상북도 포항에 의과대학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포항 남구·울릉군)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갖춘 포항이 연구중심 의과대학의 최적지라고 피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 타미플루 백신을 개발한 곳이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스탠포드 대학이고 이번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도 미국과 유럽에선 모든 방사광가속기로 코로나바이러스 구조를 밝히는데 전적으로 활용했다”면서 “그 결과 코로나바이러스 구조에 대한 보고 및 논문의 70~80%가 이 가속기를 통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코로나 사태를 맞아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지역에 의대를 설립하는 게 매우 적절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포항에는 바이오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포스텍을 비롯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10여 이상의 연구소가 운영 중이다. 그리고 최근 국내 굴지의 제약사가 스마트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 협약도 맺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부의 의대 정원 신설 방향을 보면 ‘의대가 없는 지역에 신설하는 걸 검토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면서 “경북지역은 코로나19 사태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평균 의사수가 서울의 51.4% 대구의 70.4%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령인구 및 중증질환자 비율이 늘어남에도 상급병원이 없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고충을 겪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포항에 연구중심 의대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0일에는 미래통합당 정동만 의원(부산 기장군) 주최로 ‘국립부경대 방사선의대 설립 추진방안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 중입자가속기, 암 진단 및 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는 연구용 원자로 등 세계적 수준의 방사선 의과학 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사선 의과대학이 부산 기장군에 유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4대악 의료정책 저지에 있어 미래통합당을 너무 의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의협 전직 임원은 “통합당도(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못 막는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의료계에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준 것 뿐”이라며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통합당이 의료계 편이 될 것이란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지금은 야당을 만날 때가 아니라 여당을 만날 때다. 여당을 찾아가 어떻게든 담판을 지어야 한다”면서 “힘없는 야당 찾아가 집행부가 일하고 있다고 티내지 말고 의협이 무섭다는 걸 보여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협박을 하든, 협상을 하든 여당을 만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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