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교수 "판매 전 안전성·유효성 검증은 필수" vs 김윤경 교수 "투여 자체 불법 아냐"
한약에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마련하는 자리에서 넥시아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한의계 전문가가 한판 설전을 벌였다.
지난 3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제20회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서울의대 박병주 교수(학회 명예회장, 예방의학과)와 원광대 한약학과 김윤경 교수(한의사)가 한약 및 한약제제 전반에 대해 안전성·유효성 평가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넥시아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이다.

박병주 교수는 국민건강을 위해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넥시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박병주 교수는 “한방항암제 넥시아는 우리에게 경제적 피해를 준 사례다. 항암효과를 사전에 검증하지 않고 (항암제로)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상업화하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약(제제) 전반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경 교수는 “한약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후 국민들에게 복용토록 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도 박 교수의 넥시아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불쾌함을 표출했다.
김 교수는 "넥시아 구성약제는 전부 식약처에서 나온 규격품한약재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따라서 한의사가 한의원에서 배합 및 추출해서 환자에게 투여한 것을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다만 "(박 교수가)암 환자에게 안전성과 유효성 정보를 제공했느냐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넥시아 투여 자체는 불법이 아니었다는 김 교수의 설명에 박병주 교수가 또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불법이냐는 형식의 문제다. 본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느냐 안주느냐를 제대로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법대로 하면 넥시아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약(넥시아)을 국민들에게 쓰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었느냐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윤경 교수는 “넥시아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 의약품으로 허가받으려고 임상시험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재반박했다.
이에 박 교수는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됐다"며 "임상시험을 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그 사이에 사람들에게 약을 팔아선 안 된다. (약을) 판매하기 전에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판매하기 전에) 그 약(넥시아)이 안전한지 확인한 사람이 있었나, 없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김 교수는 “(박 교수의 지적은) 검찰 조사에서 종결된 사안이다. 기소되지도 않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교수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넥시아에 대해 안이했던 연구자들의 태도와 한약(제제)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기소가 되고 안 되고는 관심이 없다. 그 약이 환자에게 정말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했는지가 중요한데 제대로 확인한 사람이 없지 않았냐”며 “지난 일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사후약방문이라도 시스템을 개선하고 확립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학회, 병원 등이 힘을 모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방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는 최원철 박사(한의사)가 개발했다. 하지만 한약제제로 허가받는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일부 암 환자들에게 투약되면서 임상적 효능 입증 요구를 받아왔다.
최 교수는 SCI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에 항암에 실패했던 말기 전이성 신장암 환자가 넥시아로 ‘암 완전 소실 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건강해졌다며 ‘전이된 신장암 치료를 위한 가능성 있는 치료법으로서의 RVS 추출물: 임상 2례(Rhus verniciflua Stokes extract as a potential option for treatment of metastatic renal cell carcinoma: report of two cases)’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논문 하나만으로 넥시아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