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 첫 입장 밝혀…“넥시아 치료효과 일반화 어렵다”단국대, 환자단체 넥시아 검증사업 두고 안 대표 명예훼손으로 고소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환자단체가 한방 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Nexia)'에 대한 효능 검증을 위해 보건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일 서울 종로구 엠스퀘어에서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 관련 환자단체 활동결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은 넥시아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환자단체넥시아검증위원회’를 발족해 1년여 가까이 활동해 왔다.
환자단체연합은 “넥시아 효능 논란이 2006년 이후 10년 동안 계속됐지만 의료전문가단체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은 과학·임상적 검증을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매년 수만 명의 말기 암환자들이 천금 같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넥시아 논문, 임상적 효능 입증 못해”
환자단체연합은 넥시아 개발자인 단국대 대학원 최원철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관련 논문만으로는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에 따르면 최 교수는 SCI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에 항암에 실패했던 말기 전이성 신장암 환자가 넥시아로 ‘암 완전 소실 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건강해졌다며 ‘전이된 신장암 치료를 위한 가능성 있는 치료법으로서의 RVS 추출물: 임상 2례(Rhus verniciflua Stokes extract as a potential option for treatment of metastatic renal cell carcinoma: report of two cases)’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해당 논문은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전향적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식 논문이 아니라 편집장에게 보내는 독자편지 형태로 두 가지 증례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저자들도 넥시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생물학적 연구와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성분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어 넥시아의 임상적 효능을 입증했다는 근거자료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국장은 “논문을 보면 비전문가인 환자들이 봐도 의학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라며 “말기 암환자가 의학치료를 포기하고 가망이 없을 때 넥시아를 통해 효과를 본 게 아니라 의학적으로 일차적인 치료를 하고 넥시아는 보조유지요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원철 박사의 고치는 암’ 출간 기념으로 유튜브에 소개된 소세포 폐암 환자 1명,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1명, 고환암 환자 1명 등 총 10명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유튜브에 인터뷰 형태로 소개된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1명은 표준적인 의학치료를 모두 또는 상당부분 끝낸 후 넥시아를 복용한 사례로, 넥시아로 5년 이상 장기생존하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며 “고환암 환자 역시 넥시아 단독 복용 후 2회 재발했고, 표준적인 의학치료 후 넥시아를 단독 복용했기에 장기 생존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넥시아의 치료 효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소세포 폐암 환자의 경우 1년 동안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은 이후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거절하고 넥시아를 단독 복용해 왔기에 넥시아 치료로 장기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환자단체연합 검증위가 직접 인터뷰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관해유도 항암치료로 완전 관해가 된 후 공고 요법 등 추가적인 의학치료 없이 3년 동안 넥시아를 단독 복용했고, 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넥시아 복용을 중단한 뒤 2년이 경과한 시점에 백혈병이 재발했다.
이에 환자단체연합은 넥시아 단독 복용으로 완전 관해 상태를 3년 이상 유지한 것으로 넥시아의 치료효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넥시아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히 일부인 사례로 치료 효과가 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 대표는 “이들은 최 교수로부터 넥시아 치료를 받은 전체 말기암 환자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해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모든 의학치료에 실패하고 임종을 기다리는 말기 암환자 중에서 드물게 장기 생존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넥시아 치료 효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이 과학적·임상적 검증 나서야”
이에 환자단체연합은 보건복지부가 넥시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넥시아 치료효능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송명근 전 건국대 교수가 개발한 카바 수술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전례를 참고해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산하에 넥시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넥시아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자료를 받아 이를 기초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의료현장에서 화타의 부활 또는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비유되는 넥시아 효능 논쟁을 반드시 종식시켜 더 이상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아징스75(AZINX75)'에 대한 2상 임상시험 종료 사실을 보고한 날짜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징스는 넥시아의 ’의학 버전‘으로 알려졌다.
환자단체연합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난 2009년 11월과 2013년 2월 식약처로부터 아징스75에 대한 2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실제 2상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최근 종료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아징스 임상시험 종료 사실을 보고한 날짜를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식약처의 허가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게 관행”이라며 “식약처는 말기 암환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이기에 신속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정보공개청구에도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원철 교수, 비협조에 형사고소까지
최 교수가 환자단체연합의 넥시아 검증을 방해하기 위해 형사고소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은 검증위를 구성한 후 넥시아 검증을 위해 최 교수에게 협조 공문을 발송했지만 최 교수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넥시아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환자 개인정보는 법적으로 외부 유출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협조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환자단체연합이 넥시아 피해사례 모집 사이트를 개설하자 단국대 넥시아글로벌센터 소속 한의사 6명은 안기종 대표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안 대표는 “지난 6월 남양주경찰서에 출석해 1차 조사를 받았고 7월에는 넥시아글로벌센터 소속 한의사 1명과 대질신문을 포함해 2차 조사를 받은 상태”라며 “현재는 검찰의 처분만 남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단국대의 인터뷰 협조를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었기에 활동보고서와 의견서를 작성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복지부, 식약처 등에 과학적·임상적 효능에 관한 객관적인 검증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국대 측은 비협조적이었다는 환자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국대 융합의료센터 관계자는 "단국대 입장에서는 넥시아 효능에 대해 검증하기 위해 최 교수와 한의협 회장을 만나서 시간을 정해놓은 상태였고, 환자단체 측에서 통보해주면 진행하려고 했었다"라며 "하지만 그 이후 환자단체 측에서 연락이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