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RSV로 인한 의료 비용 해마다 증가…국가 지원 절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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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생후 2세까지 거의 모든 소아가 최소 1회 이상 감염될 정도로 영유아 사이에서 흔하게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다. 특히 세기관의 지름이 작은 영유아가 RSV에 감염될 경우 감기 증상에서 모세기관지염,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실제 RSV는 늦가을과 겨울철 영유아들의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가장 흔한 입원 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RSV 감염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까지 부재한 상황에서, 예방이 가장 중요한 대응책으로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는 모든 신생아 및 영아를 대상으로 활용 가능한 RSV 예방 옵션으로 지난 2월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가 출시됐다. 베이포투스는 RSV의 특정 부위에 특정하게 작용해 RSV 감염을 예방하는 지속성 단클론항체다. 백신은 아니지만 1회 접종으로 최소 약 5개월에 해당하는 RSV 시즌 기간 동안 효과를 나타내며, 접종 대상에 특정 고위험 영유아뿐만 아니라 건강한 영아도 대상에 포함돼 일상적인 소아 백신과 유사하게 사용된다.

베이포투스 출시 후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베이포투스의 접종 비용, 보험 적용 여부 등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베이포투스는 예방 항체주사로 허가를 받아 정확한 정보 확산을 위한 광고가 진행되기 어렵다.

현행 약사법상 전문의약품 중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에 한해서는 소비자 대상 광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나 식약처가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을 ‘백신’으로 한정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RSV가 제4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RSV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항체주사에도 해당 조항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전문적 진단과 처방에 따라 특정 환자의 진료, 치료, 예방을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으로, 전문가 외 일반 대중광고는 법령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특히, 영유아에게 투여되는 전문의약품은 일반인의 제품 인식보다는 질병의 위험성, 투여 시 이점, 비용 등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 충분히 논의 후 의사 등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적절한 의약품을 선택하고 정확한 용법 용량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에게 감염병과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필요가 있으며, 모든 영아가 불평등 없이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NIP) 도입 등 예방 전략 다변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베이포투스를 앞서 도입한 독일의 경우, 베이포투스가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백신이 아닌 예방 옵션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도입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고 출시 2년 후,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부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수한 교수는 “국내에서 RSV 감염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1세 미만 영아 중 90% 이상은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영아이며, RSV로 인한 의료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며, “2024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 전략 자문단(SAGE)은 전 세계적인 영유아의 RSV 질병부담을 고려하여 모든 국가에 모체의 임신 중 RSV 백신 접종 또는 영아에 대한 RSV 지속성 단클론항체 접종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베이포투스 접종이 유일하다. 보호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창구를 확대하고, 출생 후 첫 RSV 시즌을 맞는 모든 신생아와 영아에게 보편적인 복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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