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아산병원 고경남 교수·그라이프스발트 대학 홀거 로데 교수 下
“‘공고요법 후 6개월 이내’ 급여 기준 비합리…의료진 판단에 맡겨야”
“지속주입요법 시 표준치료 횟수 달성 용이”…유도요법 적용 기대↑
소아암 중에서도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신경모세포종 치료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2024년 12월, 항GD2 항체 치료제인 ‘콰지바(성분명 디누툭시맙베타)’가 국내 고위험군 및 재발성·불응성 신경모세포종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신경모세포종은 부신수질이나 교감신경절을 따라 주로 척추 부위에 발생하는 미분화 고형 종양으로, 전체 소아암 발생의 약 10%, 소아암 사망의 약 15%를 차지한다. 특히 0~4세 영아에게 주로 발병해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이다.
항GD2 항체는 신경모세포종에서 과발현되는 GD2 항원을 표적으로 삼아 체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쉽게 찾아내고 효과적으로 공격하도록 돕는다. 면역 체계가 항GD2 항체로 표식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미세잔존질환(MRD)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잔존 종양을 표적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콰지바의 임상적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환자 844명을 대상으로 한 ‘APN311-302’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콰지바+이소트레티노인±IL-2를 병용한 투약군(378명)의 5년 무사고생존율과 5년 전체생존율은 각각 57%와 64%로, 면역요법으로 치료받지 않은 과거대조군(466명)의 42%, 50%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재발성·불응성 신경모세포종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한 독일의 후향적 분석에서는 콰지바+항암화학요법 병용 투약군의 1년 무사고생존율과 1년 전체생존율이 각각 27%와 44%로 나타났으며, 대상 환자의 36%에서 완전관해(CR) 또는 부분관해(PR)를 확인했다. 이는 이전 치료 이력이 많은 환자에서도 콰지바의 효과성을 입증한 결과다.
이에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와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소아과 및 소아혈액종양학과 홀거 로데 교수를 만나 항GD2 항체 치료의 중요성과 국내 도입 의의에 대해 들어보았다.
- 작년부터 국내에서도 유지요법에 항GD2 항체를 사용한 면역치료가 가능해졌다. 항GD2 항체는 어떤 치료제인가.
고경남 교수(이하 고경남): GD2는 우리 몸의 정상 세포 표면에도 일부 발현되나, 신경모세포종과 같은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특징을 가진다. 항GD2 항체는 이러한 GD2 항원을 정확히 표적하는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가 빠르게 증식하는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여 탈모, 구토 등의 이상반응을 유발했던 것과 달리, 항GD2 항체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이러한 선택적 작용 덕분에 항암제 내성이 생긴 세포까지 제거할 수 있으며,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게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환자에게 치료 내성이 발생하면 기존 항암제는 효과를 잃게 되지만, 항GD2 항체는 이러한 내성 암세포도 제거하고 정상 세포 손상을 줄여 후유증이 적다는 점에서 치료적 이점이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0년 전부터 사용된 항GD2 항체가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정식 수입과 급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치료에 제약이 있었다. 일부 보호자들은 고가의 비용을 감수하고 개별 수입을 통해 치료를 시도했다. 2024년 말부터 콰지바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어 이제는 경제적 부담 없이 항GD2 항체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의료진도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최신 치료법을 환자에게 권할 수 있게 되었다.
-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치료에 있어 항GD2 항체와 같은 면역치료제의 도입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홀거 로데 교수(이하 홀거 로데): 항GD2 항체 도입 이후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약 15~20% 향상됐다. 이는 임상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관찰 연구와 역학 조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 성과다.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의 신경모세포종 환자 등록 분석 결과에서도 항GD2 항체 도입 후 생존율이 명확히 개선되었음이 입증됐으며, 현재 항GD2 항체는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환자의 유지요법에 있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또한 항GD2 항체는 재발한 신경모세포종 환자에서도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 생존 예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치료제를 표준치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자체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끼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국내에서도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치료에 항GD2 항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침내 조성됐는데, 실제 의료 현장 반응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고경남: 항GD2 항체가 신경모세포종 유지요법에 표준치료로 확립된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 신경모세포종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면역치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의료진 입장에서는 미안함이 컸다.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치료 전략의 중심이었다. 재발은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국내에서 해외보다 유도요법과 공고요법의 강도를 더 강하게 했던 이유도 결국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 강도를 계속 높인다고 해서 완치율이 계속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지점부터는 치료 강도를 높여도 더 이상 효과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환자에게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이제는 국내에도 항GD2 항체라는 효과적인 면역 치료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유도요법과 공고요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즉 의료진은 이제 신경모세포종 치료의 강도와 생존율, 후유증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정하고, 환자의 장기적인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 현재 국내에서 항GD2 항체는 어떤 환자에게 쓰이고 있는가? 국내 허가 사항에 따른 치료 방식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고경남: 현재 국내에서 항GD2 항체의 급여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1차 치료 시 유지요법에서의 사용, 둘째는 1차 치료를 끝낸 신경모세포종 환자가 재발했을 경우 또는 1차 치료에 반응이 없는 불응성인 경우다.
먼저 1차 치료의 경우, 환자는 유도요법과 공고요법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상태여야 하며, 재발 없이 종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 기준상, 공고요법을 마친 후 6개월 이내에 항GD2 항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항체 치료의 원리를 고려하면, 공고요법 이후 어느 정도 면역 기능이 회복된 시점에 투약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 투약 시기가 너무 늦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6개월이라는 제한을 적용하는 것도 근거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는 회복 속도가 느려서 6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약효가 없다고 보는 것은 의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이러한 기준은 환자 개별 상황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향후에는 6개월이라는 고정된 기한이 완화되거나 삭제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재발성·불응성 신경모세포종 환자의 경우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선 재발한 종양이 항암치료, 수술, 혹은 방사선치료 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안정화돼 있어야 한다. 또한 항GD2 항체를 3회차까지 투여한 후 종양이 호전되고 있다는 반응이 확인되면, 이후 총 5회까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발한 환자 중에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재발 환자라면 항GD2 항체를 처음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치료 기회가 확대되면 좋겠다.
- 항GD2 항체 치료 시, 표준치료 횟수인 총 5회를 모두 투약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용량을 감량하거나 투약을 중단했을 때의 치료 효과는 어떠한가.
홀거 로데: 항GD2 항체 치료 시 면역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계획된 용량과 횟수를 끝까지 투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환자에서는 면역치료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뒤늦게 재발하는 사례가 종종 확인된다. 카플란 마이어 생존 분석 결과, 생존 곡선 2개가 나중에 다시 교차하는 컨버전스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후 기존의 5회 투약보다 더 많은 투약 횟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로서는 장기간의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된 총 5회 투약 사이클이 항GD2 항체 치료제의 효과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또는 최소한의 치료 횟수라고 볼 수 있다. 항GD2 항체 치료 중 이상반응이 발생하더라도 섣불리 치료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정해진 목표 용량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된다.
총 5회 사이클의 약물을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옵션은 지속주입요법이다. 주입속도를 늦춰 10일 동안 투약하는 지속주입요법을 실시하면 이상반응의 강도와 빈도를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지속주입요법이 이상반응 관리뿐만 아니라 생존율 개선에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속주입요법은 이상반응의 강도와 빈도는 줄이면서 장기 생존율 향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전략으로 권장되고 있다.
- 강도 높은 공고요법을 실시한 이후 환자 상태가 어느 정도로 회복되면 유지요법을 시작할 수 있나. 특히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해 간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항GD2 항체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홀거 로데: 항GD2 항체 치료의 시작 시점은 임상 현장에서 실제 환자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헤모글로빈이나 혈소판 수치가 떨어진 경우 수혈로 보완한 후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골수, 간, 신장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 경우에도 신장 투석 등 보조 치료를 통해 임상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판단되면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치료 경험이 축적된 의료진은 환자의 전반적 상태를 보고 유연하게 치료를 결정하고 있다.
- 최근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GD2 항체 관련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홀거 로데: 최근 해외에서는 콰지바를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는 방식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재발성 신경모세포종 환자에서 이러한 병용요법은 반응률을 최대 60%까지 높여 예후를 크게 개선한다. 이는 임상 연구뿐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입증돼 신경모세포종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항GD2 항체를 유지요법 단계가 아닌 초기 유도요법부터 조기에 병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대부분 유지요법으로만 사용하지만, 진단 초기부터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는 전략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 향후 항GD2 항체를 활용한 신경모세포종 치료 전망과 함께, 신경모세포종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고경남: 항GD2 항체는 신경모세포종 유지요법에서 이미 치료 성적을 크게 향상시킨 약제다. 이러한 약제를 앞선 유도요법 단계부터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할 수 있다면, 환자의 재발률을 줄이는 동시에 공고요법 진행 시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강도나 횟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강도 높은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을 두 차례 받는 경우, 환자에게 장기적 후유증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경모세포종의 치료 목표는 단순히 환자를 완치시켜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치료 후 환자가 원래 누릴 수 있었던 일상적 삶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되어야 한다. 특히 신경모세포종 환자들 중 대부분은 매우 어린 나이에 진단을 받는다. 그만큼 보호자들도 젊기 때문에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큰 충격과 불안을 겪게 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 병으로 여겨졌던 신경모세포종이 이제는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되었고, 여기에 항GD2 항체를 통한 면역치료라는 강력한 무기가 더해졌다. 특히 항GD2 항체처럼 여러 이상반응이 동반될 수 있는 약제는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 불필요하게 불안해하며 치료를 포기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믿음과 용기를 갖고 의료진과 함께 소통하며 치료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잘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