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책으로 이공계 지원자 급감
2026학년도 N수생 20만명 돌파 예상
유승민 전 의원 “의대 정원 원점으로”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딥시크(DeepSeek)'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척박한 이공계 토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청년의사).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딥시크(DeepSeek)'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척박한 이공계 토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청년의사).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발 충격파로 한국도 뒤숭숭하다.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이 관련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래도 밝지 않다.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면서 이공계 토양 자체가 척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R&D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의대 증원 정책 이후 이공계 인재 유출은 심화됐다. 이공계를 선택했던 대학생들은 의대를 가기 위해 수능을 다시 본다. 의대 정원이 1,509명 증원된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이공계 지원자가 급감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37.9%나 감소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도 지원자가 각각 25.2%, 23.0%, 22.7% 줄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이공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의대 등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서울대 이공계열 지원자는 2024학년도 3,134명에서 2,529명으로 18.7%(585명) 줄었다. 연세대 이공계열 지원자도 2,854명에서 2,589명으로 9.3%(265명) 감소했다. 정시 모집인원을 늘린 고려대는 지원자는 늘었지만 경쟁률은 4.21대 1에서 4.04대 1로 떨어졌다. 늘어난 인원만큼 지원자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대를 가기 위해 반수에 재수, 삼수를 하는 N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은 16만1,784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31.0%를 차지했다. 2004학년도 이후 N수생이 가장 많은 수능이었다.

올해 치러지는 2026학년도 수능은 N수생 응시가 더 늘어 20만명을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종로학원은 지난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수능 접수자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학년도 수능에 응시하는 N수생은 19만~20만명대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연도 고3 졸업생 대비 N수생 비율, 연도별 재수생 추세, 고3 학생 수 등을 종합해서 보면 20만2,762명까지도 예상된다고 했다. 이는 N수생이 26만9,059명이었던 2021학년도 수능 이후 최대다.

종로학원은 “현재 통계적 수치 흐름상 N수생 20만명 돌파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 조정 변수가 N수생 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책 없이’ 추진된 의대 증원 정책이 이공계 기피 심화 현상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당장 의대 정원부터 원점으로 돌려서 결론 내려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딥시크가 우리에게 충격적인 이유는 중국이 추격자(follower)에서 선도자(leader) 지위로 올라선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의사, 판·검사로 몰리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며 “국가R&D를 효율화하되 투자는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중국은 세계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자체적으로 키우는 거를 진짜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의대 정원 문제도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 물리학, 과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의사 하겠다고 한다”며 “공학 쪽으로 안 간다. 정말 잘못됐다. 그런 걸 바꾸려면 굉장한 개혁이 필요하다. 인센티브를 바꿔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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