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중간평가 ‘불인증’·교수 사직↑…의대 증원 직격탄
지친 원광의대 교수들 사직↑… “서남의대 악몽" 우려도

정부의 의대 증원 후폭풍이 의학교육 현장은 물론 임상 현장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혼란이 드러난 곳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중간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원광의대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의 의대 증원 후폭풍이 의학교육 현장은 물론 임상 현장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혼란이 드러난 곳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중간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원광의대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의 ‘의대 증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의료계 반발에도 “흔들림 없이” 의료 개혁을 완수하겠다던 정부의 정책 추진 여파가 의학교육 현장은 물론 임상 현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그 혼란이 단편적으로 드러난 곳이 ‘원광의대’다. 의정 갈등 사태 장기화로 의대는 의대대로, 병원은 병원대로 흔들리고 있다.

원광의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실시한 2024년도 중간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으며 충격을 줬다. 지난 정기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 든 원광의대였다. 그러나 결코 “의학교육 부실”이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내부 진단은 “의대 증원”이었다. 원광의대는 정부 정책으로 정원이 93명에서 150명으로 늘어 주요변화평가 대상이기도 하다.

사연은 이랬다. 의대와 논의되지 않은 대학 측 증원 추진에 반발한 원광의대 학장단이 보직 사표를 제출했으나, 대학 측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장기간 업무 공백이 중간평가 자료 제출이 미흡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불인증이었다. 원광의대는 오는 2026년 2월까지 유예된 상태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원광의대 A교수는 “원광의대는 지난 정기평가에서 4년 인증을 받을 만큼 의학교육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원인은 의대 증원이다. 대학이 의대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증원했고 이에 반발한 의대 학장단이 보직 사표를 내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해 중간평가 자료 제출 자체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보직자들이 사퇴하고 새롭게 학장단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다. 재평가에서는 자료 제출만 잘 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간 해왔던 대로 (의학교육은) 잘 해왔다. 단지 자료 제출 미흡으로 인증 유예가 된 부분은 구성원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결코 의학교육 부실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수들, 거센 반발이유는 ‘서남의대 악몽’

의대 증원에 대한 원광의대 교수들의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다. 교육인프라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채 정원이 늘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서남의대’ 사태를 통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원광의대는 지난 2018년 서남의대 폐교 당시 이들 재학생 345명을 편입생으로 받았다. 177명은 전북의대로 편입학했다.

A교수는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준비는 했지만 혼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100여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에 40명 가량이 더 늘어나니 한 강의실에서 다같이 수업을 할 수 없어 2부로 수업을 나눠야 했다”며 “또 강의실을 둘로 나눠 한 곳에서 강의를 하면 다른 곳에서는 실시간 영상으로 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원광의대 교수들은 교육 제반 사항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이 늘어나면 부실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한 이들”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강의에 문제가 없게끔 준비하겠다고 하지만 자금 확보가 하루아침에 될리 없다”고도 했다.

이어 “실제 정부에서 (의학교육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엄청나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려 줬으니 대학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라며 “정원 증원에 대한 주요변화평가도 받아야 하는데 답답한 노릇이다. 시국이 혼란하니 의정 갈등 문제 해결도 더딘 것 같다. 책임지고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교수들 사직 급증에 원광대병원 인력난 심각

의대가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원광대병원도 풍랑에 휩싸였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임상 현장은 ‘번 아웃’된 교수들의 사직이 늘고 있다. 원광대병원은 전체 교수의 약 20%가 사직했다. 인력난도 심각하다. 연봉을 올려도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원광대병원 B교수는 “사직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이미 옮길 곳이 정해져 나가겠다는 이들도 있고 옮길 곳을 찾고 있는 교수들도 있다. 굉장히 많은 사직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공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2~3월 교수 사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교수는 “사직한 교수들의 공석을 채울 수가 없다. 이미 지방 대학병원들은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연봉을 높여도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인력이 없어) 교수들이 주말, 연휴 할 것 없이 일주일에 두 번씩 당직을 선다. 설 연휴에도 당직을 서야 한다. 1년을 이렇게 보내다 보니 다들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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