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 위암 신약 빌로이 동반진단 규제 지적
신의료기술로 분류되면 빌로이 사용까지 최대 320일 소요
"동반진단 관련 제도 개선 방안 신속히 마련해야"
환자단체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 규제로 말기 암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스텔라스의 말기 위암 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지만, 이를 처방하기 위한 동반진단 검사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에 막혀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빌로이 치료가 필요한 말기 위암 환자들을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며 "빌로이와 식약처 허가를 동시에 받은 동반진단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로 사용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하라"고 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9월 20일 클라우딘 18.2(CLDN18.2) 양성이자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플루오로피리민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1차 치료제로 빌로이를 허가했다.
또한 식약처는 클라우딘 18.2 양성 여부는 식약처 승인을 받은 동반진단 의료기기를 이용해 평가한다며 동반진단 의료기기인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를 같은 날 동시 허가했다.
그러나 빌로이에 대한 클라우딘 18.2 동반 진단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문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차 전문평가위원회 회의를 통해 빌로이의 동반진단을 위한 IHC(Immunohistochemistry, IHC) 검사에 주요 임상가이드라인 등재 등 근거를 요구하며 이를 기존 기술로 인정할지 아니면 신의료기술로 분류할지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IHC 검사법은 특정 항체를 사용해 조직 샘플에서 특정 항원을 측정하는 실험법이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암종이나 바이오마커가 새롭게 추가될 때마다 한국보건의료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클라우딘 18.2에 대한 IHC 검사법은 HER2(유방암, 위암), ALK(폐암), PD-L1(폐암, 위암) 등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어 기존기술로 인정되면 빌로이 동반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이후 빌로이는 지난해 12월 20일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의 위암 진료지침개정판에 우선권고요법으로 등재됐으며, 지난 1월 6일에 대한위암학회 공식 학술지가 발표한 내 한국형 위암 진료가이드라인 온라인판에도 최고 수준의 권고 요법으로 명시됐다.
환자단체연합은 클라우딘 18.2 동반 진단이 신의료기술로 분류돼 평가 절차를 거치게 되면 환자가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심평원에서 기존 기술로 인정되면 말기 위암 환자들은 즉시 빌로이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며 "그러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사용 가능 시점까지 의료기기 허가 80일, 진단검사 신의료기술평가 140일, 의료행위 급여 등재 100일, 총 320일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기간에 클라우딘 18.2 진단이 불가능해져 말기 위암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며 "치료가 급한 말기 위암 환자들을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20일 예정된 2차 전문평가위원회에서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동반진단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환자단체연합은 "클라우딘 18.2 진단 공백으로 말기 위암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결정해달라"며 "이번 사례는 국내 동반진단 제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했다.
이어 "신약 개발과 첨단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치료 시기가 생명과 직결된 환자들에게 이런 지연은 불편을 넘어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동반진단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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