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 이번 사태 영향 국제 학술지 게재
정부 정책 강행→대규모 사직→수련 환경 내 신뢰 관계 붕괴
사직 동참 '소극적' 지도 전문의…"잃은 신뢰 회복 노력해야"
전공의와 환자, 지도 전문의(교수)의 관계를 중심으로 정부 의료 정책 강행이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환경을 어떻게 망가트렸는지 사직 전공의 시선에서 풀어낸 글이 국제 학술지에 소개됐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사직한 윤준성 전공의는 최근 국제 학술지 'Academic Psychiatry'에 게재한 '대한민국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시스템 붕괴와 그 여파 :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이 남긴 시사점(Challenges Arising from Disruptions in Psychiatry Training: Implications of Residents’ Mass Resignation in South Korea)'에서 필수의료를 위한다는 정부 '의료개혁'이 "역설적으로 정신건강 케어와 자살 예방에 필수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급을 줄였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이번 사태가 미친 영향과 해결책을 살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도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42.2%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의료 정책에 저항한 전공의 대규모 사직으로 "2025년 신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전년도보다 67% 감소"해 "단 40명만 활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10월 기준 "전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중 21%"만 수련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윤 전공의는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전공의들이 대규모 사직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와 전공의 관계는 물론 전공의와 지도 전문의(교수) 관계까지 손상됐다고 했다.
사직으로 장기 정신치료(psychotherapy)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환자는 "이미 상실과 거절을 경험한 상태에서 (다시 치료자와 단절되며)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고 "사랑과 보살핌받을 존재라는 자기 인식에도 큰 손상"을 입게 된다고 했다.
이는 전공의에게 "치료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훈습(working-through)' 기회의 상실"로 돌아온다고 했다. '훈습'은 환자의 "점진적 변화"를 돕는 과정으로 장기 정신치료의 핵심이다. 윤 전공의는 훈습에 필요한 "환자와 치료자 사이 안정적인 신뢰 관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앞으로 "수련을 재개하더라도" 전공의가 "다시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 더해 전공의는 "훌륭한 임상 의사로서 성장을 이끌어줄 스승" 역시 잃었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들의 지지 요청에 호응한 지도 전문의 중 실제 사직에 동참한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윤 전공의는 전공의가 "스승에게 외면받았다고 느꼈고" 그간 품었던 "지도 전문의에 대한 내적 표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적었다. 이같은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내 "사회적 유대감의 단절"이 수련 환경은 물론 전공의 개개인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망가진 수련 환경의 회복"에서도 지도 전문의 역할을 주목했다.
윤 전공의는 "지도 전문의는 연구와 진료"는 물론 현재 의학 교육과 수련 환경을 "위협하는 정부로부터 이를 수호하는 역할"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만이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의 복귀를 이끌며 망가진 수련 시스템을 회복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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