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조현재 교수
입원·사망위험 21% 감소…비용효과성 기준 충족
“HFrEF 넘어 전체 심부전 스펙트럼서 효과 입증”

고령화 추세에 따른 심부전 유병 인구 증가로 질병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전체 심부전 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군의 치료 접근성 개선이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영역에서는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 생존율이 개선돼 왔으나, HFpEF는 오랫동안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GLT-2 억제제인 자디앙은 EMPEROR 연구를 통해 모든 박출률 스펙트럼의 만성심부전 환자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EMPEROR-Preserved 연구에서는 HFpEF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21%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줬다. SGLT-2 억제제는 현재 국내외 주요 진료지침에서 심박출률에 관계없이 조기 사용이 높은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발표된 국내 연구를 통해 자디앙의 비용효과성이 입증됐다. 자디앙 사용 시 질보정수명(QALY) 당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 값이 6,764달러로, 국내 임계값인 1만8,182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서는 5,012달러,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는 8,971달러로 확인돼 모든 박출률 스펙트럼의 심부전 환자에서 비용효과적인 치료 옵션임이 입증된 것이다.

현재 HFrEF 환자에 한해 SGLT-2 억제제의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나, HFpEF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성심부전 적응증을 보유한 오리지널 SGLT-2 억제제인 자디앙의 HFpEF 급여 신청이 심사 중인 가운데, 향후 심부전 치료 환경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한심부전학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조현재 교수를 만나 만성심부전 치료제로서 자디앙의 임상적 가치와 HFpEF 환자 대상 보험 급여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이 어떤 질환인지 설명해달라.

HFpEF는 좌심실 박출률이 50% 이상이면서 심부전 증상과 징후, 생화학적 지표의 상승, 심장의 구조적 변화가 확인되는 질환이다. 특히 좌심방 크기 증가나 좌심실 벽 두께 증가와 같은 구조적 변화가 있으나 수축력의 저하는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이러한 기준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심방세동과 같은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 증상의 원인이 HFpEF 때문인지 동반질환 때문인지 선후관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여러 점수 체계나 카테터를 이용한 심장 내 압력 측정 등 다양한 진단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HFpEF는 HFrEF에 비해 진단이 모호하고, 질환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병태생리가 복합적이고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HFpEF의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심부전 치료의 목표는 생존율 개선, 입원 방지, 삶의 질 향상이지만, HFpEF 환자에서는 생존율 개선이 특히 어려운 과제다. HFpEF 환자는 주로 심장성 원인이 아닌 비심장성 요인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뇨병, 콩팥 질환, 심방세동 등 다양한 동반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며, 뇌졸중이나 낙상 등으로 인한 사망도 발생한다. 이는 HFrEF와 대조적인데, HFrEF는 사망 원인의 2/3에서 3/4가 심장성인 반면, HFpEF는 약 2/3가 비심장성이다.

때문에 최근 임상 연구에서는 생존율 단일 지표보다는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이나 응급 내원 등을 복합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혈압 치료, 협심증 발생 시 심박수 조절, 항응고 치료, 당뇨병 조절, 콩팥 질환 관리 등 동반 질환 관리와 이뇨제 투여가 주된 치료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으로는 재입원율이나 응급 내원 빈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면서, 최근에는 이러한 임상 지표의 개선에 중점을 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최근 HFpEF 치료제 개발에 진전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있나.

기존에는 고혈압이나 심방세동 등 동반 질환 치료제를 사용했지만, 환자의 임상 경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SGLT-2 억제제는 재입원율과 응급 내원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보인 유일한 약제로,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HFpEF 환자 중 2형당뇨병을 동반한 경우에는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2형당뇨병이 없는 환자의 경우 비급여 처방을 고려하는데, 국내에서는 SGLT-2 억제제의 약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외국에 비해 비급여 처방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낮은 편이다. 실제로 증상 호전이 없는 환자들 중 많은 수가 비급여 처방에 동의하고 있어, SGLT-2 억제제는 현재 전국적으로 비급여 처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약제 중 하나다.

- HFpEF 환자 대상 SGLT-2 억제제의 급여 적용이 필요한지, 과학적 근거와 재정적 영향을 포함해 의견을 말씀해달라.

급여화 추진의 핵심 요건인 과학적 타당성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현재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심부전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의 사용이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이미 제시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진료지침에서도 SGLT-2 억제제가 Class Ⅰ 수준으로 권고된다.

재정 영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SGLT-2 억제제의 급여화를 추진하더라도 재정적으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과학적·임상적 타당성과 효과가 입증된 약제의 접근성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 과학적 근거가 되는 임상 결과와 그 의미에 대해 좀 더 설명 부탁드린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SGLT-2 억제제인 자디앙과 다파글리플로진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두 약제 모두 HFpEF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으며, 개별 임상시험은 물론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일관된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HFpEF부터 HFrEF, 박출률 경도감소 심부전(HFmrEF) 등 심박출률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동일한 효과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SGLT-2 억제제가 본래 2형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음에도,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심부전에서 일관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HFrEF 환자는 이미 2형당뇨병이 없어도 급여 적용을 받고 있으며, HFpEF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효과가 입증됐다.

- HFrEF에서는 지난 2월부터 SGLT-2 억제제 급여가 적용됐는데, 처방 패턴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HFrEF 환자 대상 급여 적용 이후 비급여 처방에 대한 환자 설득 과정이 줄어들면서 처방이 더욱 용이해지고 환자의 접근성도 향상됐다. 실제로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의 퇴원 시 약물 목록에 SGLT-2 억제제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외래 진료에서도 처방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최근 SGLT-2 억제제의 국내 처방 환경에 변화가 있었는데.

그렇다. 다파글리플로진의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 현재 여러 제네릭 제품이 출시됐으나 이 제네릭 제품에 대해 동일한 임상시험을 수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제네릭의 동등성 입증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가능하지만, 임상 결과(outcome)를 확인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자디앙은 시장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 SGLT-2 억제제 처방 시 고려사항과 장점은 무엇인가?

HFpEF의 경우, SGLT-2 억제제는 가이드라인상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감소를 보여준 예후로 Class Ⅰ 수준의 권고를 받고 있다. 특히 SGLT-2 억제제의 큰 장점은 단일 용량으로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약제들이 용량 증량이 필요한 것과 달리, SGLT-2 억제제는 고정 용량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용량 변경에 따른 효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용량 조절의 번거로움이 없어 처방의 편의성이 높다는 것이 주요 장점이다.

참고로 HFrEF의 경우에는 RAS 차단제, 베타차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 SGLT-2 억제제 등 네 가지 핵심 약제를 표준 치료로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이들을 동시에 저용량으로 시작한 후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방식이다.

- HFpEF 치료에서 SGLT-2 억제제 외의 다른 치료 옵션들은 어떠한가?

엔트레스토(성분명 발사르탄/사쿠비트릴)가 다른 약제들 중 비교적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상시험에서 확인되는 통계적 유의성 평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반면 SGLT2억제제나 알도스테론 길항제는 통계적으로 유효성이 입증됐다. 엔트레스토에 급여 적용이 된다면 사용이 더 확대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는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고 약가가 높아 처방하는 데에 부담이 큰 편이다.

- 심부전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한 학회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학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과학적 타당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2022년 국내 심부전 진료지침에서 SGLT-2 억제제를 Class I 수준으로 권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SGLT-2 억제제 보험 급여의 적정성에 대해 문의할 경우, 이미 정리된 입장을 바탕으로 임상적 타당성과 급여 적용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자료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 학회 차원에서 SGLT-2 억제제의 급여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과학적·임상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며, 다만 급여 결정은 경제적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용-효과 측면의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학회는 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상태다.

- 국내 심부전 치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학회는 현재 우리나라 심부전 환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HFpEF 환자라 하더라도 체형이나 인종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자 간 체중이 3배까지 차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동일 용량 약물의 효과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임상 경험상 SGLT-2 억제제와 ARB는 아시아 환자에서 내약성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SGLT-2 억제제의 경우, 초기에는 체구가 작은 아시아 환자에서의 부작용이 우려됐으나, 5년 이상의 임상 경험 결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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