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교수, 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서 강력 비판
“합리적 논의마저 절대적 지위로 강요하지 못하게 해야”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14일 열린 '2024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 학술대회'에서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절차가 빠졌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14일 열린 '2024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 학술대회'에서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절차가 빠졌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 ‘협의체’는 있지만 의료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계 의견을 청취했다는 정부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인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지난 14일 강릉 세인트존스에서 열린 ‘2024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 학술대회’ 기조세션에서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 구조의 현주소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을 만들고 추진한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대국민담화에서 정부와 의료계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무려 19차례나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지만, 직접 의료계 대표로 참여했음에도 그런 내용들은 전혀 논의된 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보건의료정책심의의원회(보정심)에서 회의 자료도 미리 주지 않고 (회의) 1시간 만에 2,000명 증원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며 “또 무슨 근거로 (의대에) 정원을 배정했는지 알 수 없고 회의록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2024학년도 의대 입학을 위한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은 이미 1년 10개월 전인 2023년 4월 발표됐지만 정부가 이를 뒤집었다”며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필요하면 법을 쉽게 뒤집는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일부 연구만을 갖고 (의대 2,000명 정원 증원이라는) 자의적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고 입증책임을 전가하듯 의료계에 (2026년 의대 정원 조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허수아비 위원회를 내걸고 한 가짜 대화를 진짜 대화”라고 우기고 있다며 의료정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나 ‘위원회’를 면피용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필요한 협의체나 위원회는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반대로 불필요한 협의체나 위원회는 정부가 책임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면 법을 들이대면서 합리적인 논의마저 절대적 지위로 강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정책 실현 수단이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한 적절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필수의료 위기는 구조적 모순과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다. 이에 대해서도 시장 실패인지, 정책 실패인지 등 일방적인 원인진단이 아닌 쌍방적 이해를 통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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