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인력 부족, 여러 기관 지침으로 중복 업무 지적
"전문관 제도 도입 시 사업 지속성·전문성 담보"
보건소의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소에도 전문관(전문직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희대·서영대 연구팀은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가 발간하는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지역사회 현장에서의 통합건강증진사업 현황과 발전 방안'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건강증진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국가적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중요한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가 지역 주민의 건강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금연, 절주, 영양관리, 신체활동 촉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건강증진사업을 시행하는 보건소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보건소 전체 인력은 2012년 1만2,839명에서 2022년 2만35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기준 간호사가 41.8%, 의료기사 19.6%, 보건교육사 1.2%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교육사는 지역사회 맞춤형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건강증진사업을 담당하는 인력도 보건소당 평균 2015년 35명에서 2018년 3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여전히 다양하고 전문적인 건강증진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인력 부족은 건강증진사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보건소 전반적인 인력 부족은 사업의 총괄 및 조정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건강증진사업 담당자들은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며 다양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또한 보건소에서 수행하는 건강증진사업이 다양화되면서 업무가 조정되지 않아 오히려 업무가 적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 여러 기관의 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거버넌스가 분산되면서 오히려 업무가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방문건강관리사업'이 기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방문건강관리사업과 유사해 중복 운영되고 있다는 등의 예를 들었다.
연구팀은 "업무가 중복된다는 점은 공공보건 서비스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효과적인 협력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분절된 서비스 운영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라며 "중복되고 적체된 업무 문제는 보건소 인력과 예산 인프라 확충이 더디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연구팀은 보건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건소에 전문관을 배치하는 제도를 제안했다.
전문관(전문직위) 제도는 전문지식이나 업무의 연속성이 요구되는 직위를 '전문직위'로 지정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관을 선발하고 그 직위에 장기 근무하도록 해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연구팀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의 공중보건시스템에서는 지역사회 건강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배치돼 장기적으로 지역 보건을 책임지고 있다.
연구팀은 "인력 부족 등 문제점들이 사업 운영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며 "임시직과 계약직 인력에 대한 의존으로 서비스 전문성과 일관성이 저하되고 교육의 질이 낮아 인력 강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소의 건강증진사업을 담당하는 공중보건의사, 간호사, 보건교육사 등 핵심 인력이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문관 제도를 통해 보건교육사 인력의 적절한 배치와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건강증진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러 기관의 지침을 중복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광역자치단체, 보건소로 이어지는 조직성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건소 성과에 대해서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평가해 사업 효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중앙정부 지침과 지역 간 괴리가 사업의 효과성을 저하하고 있다"며 "스웨덴의 공중보건시스템은 중앙정부과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일관된 전략 하에 운영되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사업 성과를 평가·관리하고 있다. 한국 보건소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