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의전원 졸업생 중 기초의학 진로 선택 10% 불과
"의과학자 양성 위한 정원 확보 필요…국가가 양성 책임져야"
정부 간 연계, 지속 가능성 위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도
의대 정원 중 일부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원으로 확보해 별개의 양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지난 16일 발행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조사관은 의사과학자가 의료계와 바이오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 양성·활동 성적이 “초라하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대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연간 3,800명 정도로, 이 중 기초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졸업생은 30명 정도로 1%에 미만에 그친다. 김 조사관은 ”의대가 40개에 달하는데 기초의학 전공자가 30명에 그친다면 의사 면허를 가진 기초의학자가 없는 대학도 다수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과학대학원 박사학위 과정에도 의사면허 소지자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원 의과학과(기초의학) 신입생 중 의사면허를 지닌 이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간 총 26명으로 연간 5명 꼴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졸업생은 100명이 넘지만 그중 의사과학자로 안착하는 졸업생도 10%에 불과하다.
이에 김 조사관은 "카이스트 등이 추진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및 임상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대 정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으로 보건복지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담 의대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닌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공계 인력의 의료계로의 이탈이 가속화되거나 의과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조사관은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교육체계로 의사과학자를 육성해야 한다. 군입대 문제로 연구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대체복무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며 “신약이나 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공간을 만들어 병원이 아닌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를 대학의 자율로 맡겨놔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조사관은 “이런 양성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을 대학에 자율로 맡겨두게 된다면 연속적·안정적 지원이 어려워진다”며 “따라서 국가 책임의 강력한 추진 체계를 마련해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과학자를 안정적·연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현재 정부 주도로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관 부처 자체의 사업을 띠고 있어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
김 조사관은 “의사과학자 육성 분야 특성상 보건복지부 외 복수의 소관 부처가 관여할 수 있기에 법률에 근거한 정부 내 명확한 추진체계가 기반되지 않으면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법적 근거가 없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부처 간 통합·연계가 부족해 연구 단절이 발생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며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가 담당하고 있고 임상의과학과 임상의학에 대한 지원은 복지부가 하고 있다. 학부생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도 별개로 운영되는 등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은 산발적이고 연계가 부족하다”고 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연구 급여나 연구 시간을 보호해 주 제도가 없고 대부분의 의사과학자는 병원에 채용되기에 연구에 진료 업무까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남학생의 경우 군입대로 인한 연구기금 중단 등이 의사과학자 진로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입법 과제로 범부처관리조직 등을 설립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조사관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주관부처를 정하거나 범부처관리조직을 신설해 지속적·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안정적인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원금이 시의적절하게 지원되고 있는지 살피는 과정에서 단순한 성과지표로 해당 사업을 평가하지 않도록 평가지표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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